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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ㆍ3 대책 100일…강남 꺼지고 부산 부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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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ㆍ3 대책 100일…강남 꺼지고 부산 부풀고

입력
2017.02.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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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 주공1단지 2억 곤두박질

지난달 서울 거래량 4년만에 최저

규제 벗어난 부산으로 투자 몰려

지난달 분양 경쟁률 48대 1까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국일보 자료 사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국일보 자료 사진

“호재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간혹 팔겠다는 사람들만 찾아와요.”

9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S부동산의 중개업자의 푸념이다. 지난 6일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개발된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주변 부동산 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이 중개업자는 “개포 주공1단지는 작년초만 하더라도 한 달에 40~50건 거래가 됐는데 요즘은 1건도 쉽지 않다”며 “11ㆍ3 대책 후 매매 가격도 2억원 가량 곤두박질쳤다”고 설명했다.

이날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J부동산에서 만난 최모 대표도 “당초 예상보다 시장이 더 얼어붙었다”며 “불안 요인이 많은데 11ㆍ3 대책까지 나오면서 매수 심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서울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재건축 아파트 등 특정 지역에 몰리는 투기 세력을 막겠다며 전매제한과 재당첨 금지 등을 골자로 한 ‘11ㆍ3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지 10일로 100일이 된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에도‘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강남이었지만 11ㆍ3 대책의 충격파는 컸다.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 값은 일제히 상승세가 꺾였다. 반면 규제에서 벗어난 부산은 ‘풍선효과’로 투자 자금이 몰리며 열기가 뜨겁다.

강남 아파트 100일 동안 2억원 빠져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92㎡)는 지난해 10월 12억원선에 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불과 3개월만인 지난 1월에는 1억원 넘게 빠진 10억9,0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 최대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 주공1단지(56㎡)는 같은 기간 14억4,000만원에서 12억3,000만원으로 2억1,000만원이나 급락했다. 초고층 논란이 불거진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76㎡)도 같은 기간 15억2,000만~15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가량 빠진 13억7,500만원으로 하락했다. 대책 발표 직전 10월말 112조3,900억원이었던 강남4구의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100일 동안 2조원 가까이 날아갔다.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강남의 충격 여파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11ㆍ3 대책 후 청약 경쟁률은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지난해 11월 18.45대1에서 12월에는 7.48대1로 감소했다. 올 1월에도 6.49대 1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한자리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9.61대1)과 비교해도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기존 주택 시장도 얼어붙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4,535건)은 2013년 1월(1,196건)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감소했다.

규제 피한 부산은 ‘풍선효과’

강남 등에 몰렸던 부동산 투기 자본은 11ㆍ3 대책 후 부산 등으로 몰려갔다. 서울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사실상 18개월 이상으로 길어지면서 규제에서 벗어난 부산이 풍선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지난달 부산진구 전포동에 분양한 ‘전포 유림노르웨이숲’은 127가구 모집에 6,083명이 몰려 평균 47.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산 강서구 명지국제도시에 들어설 ‘사랑으로 부영’ 아파트(1,097가구)는 2만5,792명이 청약, 23.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해운대구 등에서 분양된 아파트들도 모두 ‘완판’됐다.

수도권에서 온 원정 투자자가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해운대구 아파트 매입자 중 서울 거주자의 비율은 4.2%로, 같은 해 1월(2.0%)보다 2.2%포인트나 뛰었다.

11ㆍ3 대책 후에도 부산은 주택매매 가격이 크게 올랐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시의 전월 대비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0.32%를 기록했다. 이는 5개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중 가장 높은 상승률로, 두 번째로 높은 매매가 상승을 보인 대전(0.04%) 보다 0.28%포인트나 높다.

추가 주택 안정화 조치 나오나

정부는 11ㆍ3대책 이후 과열 징후가 여전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강남 등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중 지역별 시장 상황에 따라 전매제한기간 등 청약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투기 목적의 가수요가 과도하게 유입된 지역이라고 판단될 경우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ㆍ청약 1순위 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사실상 모든 택지개발에 분양권 전매제한 등 시장안정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1ㆍ3 대책 이후 수도권 청약경쟁률이 하락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당장 추가 부동산 규제를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시장상황에 따라 적합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금리 인상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집값이 상승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추가 대책이 이어진다면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시장 경쟁률, 계약률, 분양권 거래량은 전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분양시장 열기가 줄어든 가운데 11ㆍ3 추가 대책까지 나온다면 미분양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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