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현우 기자

등록 : 2017.09.30 10:00
수정 : 2017.09.30 10:18

[글로벌 Biz 리더] “스타벅스는 커피와 공간을 판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립자

등록 : 2017.09.30 10:00
수정 : 2017.09.30 10:18

스타벅스 창립자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로고

“나는 열쇠를 하나 더 갖고 있다.” 글로벌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의 창립자 하워드 슐츠는 지난 5월 미국 시애틀 본사에서 가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과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달 전인 지난 3월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 1호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후임 CEO로 내정된 케빈 존스에게 슐츠가 지난 30년 동안 호주머니에 갖고 다녔던 1호점 열쇠를 건넨 일에 관해 묻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당시 존스는 슐츠에게 본점 열쇠를 받고선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다”며 CEO로서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슐츠는 스타벅스 경영에 대한 전권을 내줄 생각이 전혀 없던 것이었다. 포천은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의 현 모습은 온전히 슐츠의 손에서 빚어졌다”며 “슐츠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 후 여러 CEO가 나왔지만 결국 스타벅스는 앞으로도 슐츠를 제외하고는 설명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애틀의 조그만 커피전문점이었던 스타벅스는 1987년 슐츠가 인수하면서 지난해 기준 연 매출 213억달러, 직원 수 25만4,000명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타벅스는 우리나라에만 매장 약 1,000개를 개설하는 등 전 세계 70개국에 2만5,0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기업 131위에 올랐다. 포천은 “1980년대 미국 소득수준 향상과 구매력 계층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 등으로 웰빙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라는 흐름을 슐츠는 빠르게 읽어냈다”며 “전례가 없던 고급 브랜드 커피전문점 시장을 개척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일궈냈다”고 설명했다.

슐츠는 스타벅스의 핵심 가치로 ‘최상급의 커피 원두’ ‘‘문화적 공간’ 등의 상품성을 내세웠다. 또한 ‘직원 행복’을 토대로 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내세우면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타벅스는 앞으로 매출 1위 국가로 부상할 중국에 집중 투자해 매장 수를 약 3만7,000개로 늘리고 2021년엔 매출 350억달러를 세운다는 목표다. 슐츠는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하려면 주주는 물론 종업원, 고객, 그리고 사회와 문화 전체 문제에 대해 관심을 두고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벅스 로고 시대별 변천

스타벅스 창립자 하워드 슐츠. 로이터

스타벅스를 인수하다

스타벅스를 처음 시작한 건 슐츠가 아니다.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 시애틀의 영어교사였던 제리 볼드윈과 역사 교사였던 제프 시글, 작가였던 고든 보커에 의해 설립됐다. 이들은 쓴맛이 강한 커피원두 ‘로부스타’ 대신 부드럽고 향기가 뛰어난 ‘아라비카’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아라비카 원두를 판매하는 곳이 시애틀에 한 곳도 없자 이들은 1971년 각자 1만달러를 투자해 아라비카 원두와 향신료, 그리고 차를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소설 ‘모비딕’에서 커피를 좋아하는 1등 향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따 ‘스타벅스 커피, 티 앤 스파이스’라고 지었다. 오늘날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스타벅스 브랜드의 시초다.

시애틀의 조그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슐츠의 만남은 둘 모두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953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난 슐츠는 모험보단 안정적인 삶을 좇던 젊은이였다. 미 미시간대에 축구 장학생으로 들어갔지만 후보 선수를 전전하자 중도 포기했다. 이후 인쇄기 생산기업 제록스 영업사원으로 일했고, 스웨덴 주방용품기기인 해머플라스트에 들어가 미국 판매지사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커피 추출기를 해머플라스트에 대량 주문한 것을 계기로 슐츠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슐츠는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해 처음 커피를 마셔본 후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었다”며 “편안한 위치에서 모험하지 않았다면 기회는 그냥 지나가 버렸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슐츠는 제리 볼드윈을 1년여간 설득한 끝에 스타벅스의 마케팅 매니저로 합류하게 된다. 슐츠는 이후 스타벅스를 커피 원두를 파는 가게가 아닌 매장 내 에스프레소 바를 운영하는 이탈리아식 카페로 변모시키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경험했던 열정과 낭만이 넘치는 카페 문화를 미국에 접목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경영진이 테이크 아웃 위주인 미국식 문화와 맞지 않는다고 반대하자 그는 직접 커피 프랜차이즈인 ‘일 지오날레 커피 컴퍼니’를 차리고 하루 1,000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모아 자기 생각이 맞았음을 증명해냈다. 1987년 매물로 나온 스타벅스를 슐츠가 인수하면서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스타벅스’가 시작됐다. 슐츠의 나이 34세 때다.

슐츠의 스타벅스 성공비결

슐츠는 스타벅스 인수 후 캐나다 밴쿠버와 시카고에 시애틀 밖의 매장을 만들었다. 슐츠의 목표는 명확했다.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고급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을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위해 스타벅스 핵심 고객층을 ‘고임금 여성 근로자’로 설정했다. 커피와 수다를 좋아해 매장 내 에스프레소 바를 즐겨 찾으면서도 고가의 고급 커피를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춘 집단이 바로 그들이란 판단이다. 슐츠는 행인이 많은 지역의 주요 건물이나 대형 건물의 지하 등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입점시키고, 컵 사이즈를 ‘스몰, 미디엄, 라지’ 같은 영어 대신 ‘톨, 그란데, 벤티’라는 이탈리아어로 바꾸는 등 스타벅스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데 주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벅스는 고급 커피 맛을 바탕으로 탁월한 입지와 편안한 인테리어, 고객만족 서비스 등으로 다방면에서 최고를 추구했다”며 “일반 시중 커피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을 책정한 스타벅스의 프리미엄 전략이 소비자들에 통한 이유”라고 전했다.

슐츠는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최신 전자결제 기술을 매장에 도입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스타벅스는 선불식 충전카드와 무료 와이파이, 음악 스트리밍, 모바일 결제 등 온ㆍ오프라인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이며 혁신을 이끌었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스타벅스 선불식 충전카드로 미국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맡겨둔 적립금은 약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모두 스타벅스의 보장된 미래 수익이다. 더욱이 지난해 2분기 북미 지역에서 발생한 스타벅스 매출 중 충전카드(41%)와 모바일 앱 카드(24%) 등의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슐츠는 그러면서도 고급 브랜드 이미지의 근간이 되는 ‘휴머니즘 감성’이 최신 기술에 밀려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스타벅스에서 기계식 진동벨 대신 직원이 고객의 이름이나 별명을 불러 주문한 음료가 나왔음을 알리는 방식이다. NYT는 “스타벅스 공간을 가장 세련되면서도 누구나 머무를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슐츠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닌 공간을 파는 곳으로 자사를 브랜드화해 다른 커피전문점에서 살 수 없는 가치들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타벅스의 향후 과제

스타벅스는 현재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를 비롯해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달 중국 합작 파트너인 유니프레지던트엔터프라이즈(UPEC), 프레지던트체인스토어(PCSC)에 13억달러를 지불하며 그들의 보유지분 50%를 모두 사들였다. 이를 통해 중국 내 합작 관계를 털어내면서 상하이(上海)와 장쑤(江蘇), 저장(浙江) 등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 1,300개에 대한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했다. 케빈 존슨 스타벅스 CEO는 “합작사 지분 확보는 중국 대륙시장에 대한 스타벅스의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재 중국 내 현재 2,800개 매장을 2021년까지 5,0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 6억3,000만명에 달하는 아세안의 식음료 프랜차이즈 시장규모는 214억달러로 2011년 이후 연평균 4.6% 성장했고,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8.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 12월에 미얀마에 첫 매장을 열면서 라오스를 제외하고 모든 아세안 국가에 매장을 여는 전환점을 맞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타벅스는 최근 미국 내 편의점 등 비전통적 경쟁자들의 도전에 밀려 실적이 하락하자, 중국 시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차 문화에 익숙한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스타벅스보다 더 고급스러운 커피 품질을 앞세우는 프리미엄 커피업체들의 도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도전은 스위스 식음료 회사 네슬레가 이달 미국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블루보틀 커피 매장은 미국과 일본에 총 50여개에 불과하지만 기업 가치는 약 7,000억원으로 높게 평가돼 ‘커피계의 애플’로 불린다. 바리스타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최고 품질의 커피를 내려주는 블루보틀의 원칙은 스타벅스의 빠른 커피 제공 서비스와 대비되고 있다. NYT는 “획일화된 맛과 분위기의 커피에 물린 고객들이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사들인 건 고급 커피 소매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슐츠는 한층 더 고급화하는 브랜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슐츠는 앞으로 뉴욕과 시카고, 도쿄, 상하이 등에 최고급 프리미엄 원두인 리저브만을 사용하는 스타벅스 매장 20~30곳을 별도로 열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 메뉴의 질도 높이기 위해 이탈리아 고급 제과브랜드인 ‘프린치’에 투자하기도 했다. 포천은 “미국 커피업계는 소형 제조업자들이 한데 뭉쳐 큰 힘을 내고 있는 맥주 업계를 닮아가고 있다”며 “이 흐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스타벅스의 중요한 고민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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