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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청탁은 괜찮고 환자 선물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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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청탁은 괜찮고 환자 선물은 안 돼”

입력
2016.09.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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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은 규율 대상 아니지만

교수들은 김영란법 적용 받아

삼성서울ㆍ서울아산병원 해당

형평성 문제 계속 제기될 듯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기업윤리학교 ABC에서 송진욱 변호사가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기업윤리학교 ABC에서 송진욱 변호사가 기업의 대응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병원 설립 주체와 의사의 신분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갈리면서 같은 대상도 법 적용이 엇갈리는 사례가 생기기 때문이다.

국공립 병원이나 학교법인 설립 병원은 이론의 여지 없이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기관이라 그나마 대응이 단순하지만 민간 병원, 그 중에도 설립기관이 학교법인이 아닌 병원들은 김영란법 시행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 자체로만 보면 김영란법 규율 대상인 공공기관에 속하지 않지만, 소속 의사 다수가 교육협력 협약을 체결한 대학의 교수여서 법 적용을 받는 모순된 상황에 처했기 때문. 국내 매출액 상위 5위, 이른바 ‘빅5’ 병원 중엔 의료재단 법인 소속인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여기에 속한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소속 의사 다수가 협력 대학인 성균관대의 교수로 이중지위를 가진 터라 사안별로 법 적용 여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며 “권익위가 애매모호한 사례들에 대해 확답을 주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보름여 앞둔 12일 고급 음식점이 밀집한 대전 서구 만년동 한 거리에 가격을 저렴하게 낮춘 '김영란 참치' 메뉴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오는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보름여 앞둔 12일 고급 음식점이 밀집한 대전 서구 만년동 한 거리에 가격을 저렴하게 낮춘 '김영란 참치' 메뉴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김영란법과 관련해 병원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쟁점 중 하나는 진료 청탁이다. 환자가 붐비다 보니 의료진을 상대로 “진료 순서를 앞당겨달라”는 등의 청탁이 적잖은데, 이것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공공기관이 생산ㆍ공급ㆍ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특정 개인이 비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따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부정청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은 금품 수수 문제로 의사가 교수 등 공직자 신분이라면 환자로부터 감사 선물을 받거나, 병원 행사 때 제약업체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등의 행위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문제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처럼 병원은 민간 재단 소속이면서 의사는 대학 교수인 경우 법 적용이 사안마다 달라진다는 점이다. 권익위는 비(非)학교법인 산하 민간 병원 의사가 진료 청탁을 받는 행위에 대해 “공공기관 소속이 아니므로 청탁을 수용하든 거절하든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항공편 티켓을 청탁을 통해 구입한 경우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진료 청탁은 민간 병원 의사로서 받은 것이므로, 해당 의사가 대학교수일지라도 교수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의 금품수수 행위에 대한 유권해석은 이와 다르다. 권익위는 12일 발간한 사례집에서 사립대 교수이자 대학 협력병원 소속 의사가 환자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선물의 가액을 100만원 이하로 한정했다. 의사의 금품수수 역시 대학교수로서의 직무와는 무관하지만, 그래도 공적 업무 종사자(교수)에 해당하는 만큼 금품수수 상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지위자라 하더라도 공직자 및 공적 업무 종사자의 지위를 가지는 이상 높은 청렴성과 사명감을 갖도록 하자는 입법취지를 고려한 해석이라는 것이 권익위의 설명이다.

권익위의 유권해석을 두고 의료 현장에선 당장 “청탁은 받아줘도 되는데 비싼 선물은 안 된다는 거냐”는 논란이 번지고 있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는 “김영란법은 의료기관 간, 의료기관 내에서도 신분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점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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