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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치광이 김정은” → “훌륭하다” 180도 달라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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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치광이 김정은” → “훌륭하다” 180도 달라진 평가

입력
2018.04.25 15:3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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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사ㆍ압박 병행 특유의 협상술

한껏 띄워 확실히 얻으려는 속셈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존중과 명예의 의미가 내포된 “훌륭하다(honorable)”는 용어까지 사용하며 담판 상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껏 띄웠다. 지난해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 ‘병든 강아지’ ‘미치광이’ 등으로 조롱한 것과는 천양지차다. 미국에서는 인권 탄압의 독재자를 향해 명예로운 찬사를 보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이에 아랑곳 없이 협상 상대를 향해 ‘찬사’와 ‘압박’을 병행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술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매우 좋은 논의들을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한 뒤 김 위원장에 대해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면에서 그는 정말 매우 개방적이고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칭하며 "'자살임무'(a suicide mission)를 하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뒤 김 위원장과 말 폭탄을 주고 받던 상황을 고려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북미 정상회담 수락 이후 가진 대중 연설에서도 김 위원장에 대한 야유가 나오자 “회담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며 이를 제지하는 등 김 위원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자주 비쳐왔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북한의 인권 탄압 문제를 도외시한 언사라며 즉각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두고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가족을 죽였다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는 사람에게 이런 표현을 쓴 게 어떤 의미냐'고 따지듯이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북한과 매우 많이 열려 있고 훌륭한 방식으로 협상하길 희망한다"며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매우 긍정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말을 돌렸다.

미 언론들의 비판에도 아랑곳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를 가리지 않고 협상 상대를 한껏 띄워주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당장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김정은을 만나게 되면 영광(honored)”이라고 발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억류됐던 오토 윔비어 석방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말 폭탄을 주고 받던 지난해 11월에도 트위터에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적어 압박과 유화책 사이를 거리낌 없이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 대해서도 틈만 나면 “위대한 지도자”라며 상찬을 아끼지 않지만, 중국의 대북 제재 협조나 무역 문제를 두고서 각종 제재 조치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협상의 파트너인 상대국 지도자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얻을 것은 확실히 얻겠다는 협상술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을 한껏 띄워주면서도 “회담이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좋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전임 정부와 달리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며 압박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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