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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원순의 도전과 좌절

입력
2017.01.2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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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에 들어가면 곳곳에 배치된 서가에 빽빽하게 꽂힌 서류철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사회적 기업, 중소상인 살리기, 도시농업 등 온갖 분야의 방대한 자료들을 담고 있다. 박 시장이 직접 수집, 정리한 게 대부분이라니 그 관심 영역과 열정에 입이 딱 벌어진다. 인권변호사로 시작해서 참여연대,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 시절의 시민운동가를 거쳐 서울시장이 돼서도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는 변화와 혁신의 추구는 바로 이런 자료 수집과 정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

▦ 그래서 박 시장은 디테일에 강하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선 승리와 2014년 6월 재선으로 민선 최장수 서울시장 기록을 세워가면서 서울시정에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직접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일상생활 주변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연결시킨 게 많다. 삶이 나아진 시민들에게는 ‘고맙고 친절한 원순씨’다. 물론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고가 철거와 같은 대규모 사업처럼 잘 부각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박 시장은 시정의 패러다임을 토목·건축 행정 위주에서 시민을 위한, 사람을 위한 행정으로 바꿨다고 자랑스러워 한다.

▦ 올해는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종로와 남산을 연결하는 세운상가 데크 등 꽤 주목을 받을 만한 사업들의 결실도 예정돼 있다. 논란이 분분하지만 초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생활임금제 도입, 청년수당 지급 등 복지확대에도 힘썼다. 그는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대선 도전의 꿈을 키워 왔다. 지금 우리에게 국민과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어갈 유능한 혁신가가 필요하다며 서울시정에서 실험하고 만들어 낸 성취를 전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 그런 그가 26일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기 대선에 대비해 더불어민주당 경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이당 저당의 대선주자 출마선언이 잇따르는 때다. 오래 가꿔온 꿈을 내려놓게 된 그로서는 가슴이 쓰릴 법하다.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는 토로가 짠하다. 그러나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돌아서는 것도 큰 용기다. 다시 시민 속으로 들어가 서울을 “안전하고 시민들이 행복한 세계 최고의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 가겠다”는 그의 다짐에 어쩐지 든든한 믿음이 간다.

이계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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