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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법원행정처 문민화

입력
2018.01.29 16: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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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사법부 운영 철학과 방침을 행정적으로 구현하는 조직이다. 대법원장은 일선 재판 업무에는 관여하지 못하지만 사법행정권에 속하는 인사를 통해 판사들을 관리하고 조직을 운영한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 여부는 물론 법원장을 통해 영장전담, 형사합의부 등과 같은 판사들 보직도 결정한다.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아 이런 업무를 맡아 처리하는 행정처 판사들은 전체 2,954명 중 단 37명. 사법 정책과 행정을 관장하는 자부와 긍지가 대단할 수밖에 없다.

▦ 당연히 대법원장은 자신과 ‘코드’가 맞는 판사를 법원행정처에 임명해 왔다. 평판사야 능력과 평판이 기준이지만 핵심인 지법 부장급 심의관 보직과 고법 부장급 기획조정실장 사법지원실장 사법정책실장, 행정처 차장은 능력 외에 ‘+α’가 작용했는데 법원 내 연구모임도 그 중 하나다. 2005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 취임 전후로 각각 민사판례연구회(민판연)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기 중에는 다시 민판연 출신이 중용됐다. 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목되고 있다.

▦ 전현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전위대 역할을 해 왔다. 그 부작용의 극치를 보여 준 게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판사 동향 파악 문건들이다. 추가조사위에 따르면 행정처 판사들은 법원의 ‘주류’로서 재판 업무에 복귀한 행정처 출신 ‘거점 판사’ 등을 통해 대법원장의 사법정책과 사법행정권 행사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성향으로 찢기고, 관료화한 소수 주류가 조직을 쥐고 흔든 사법부의 민낯이다.

▦ 김 대법원장이 외부 인사(사법발전위원회)와 법원행정처 비경력자(안철상 처장)를 사법부 개혁의 투톱으로 세웠다. 행정처 규모 축소와 권한 분산은 정해진 방향이다. 고법 부장 승진제 폐지에 이어 지법ㆍ고법 판사를 나누는 법관인사 이원화, 사무분담의 판사회의 이관도 거론된다. 여러 의견 중 행정처 근무 판사를 전원 일정 자격이 있는 사법행정 전문가로 교체하자는 제안이 도드라진다. 주류니, 거점이니 하는 말이 안나오게 하고 재판의 독립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사법행정과 재판업무를 단절하자는 것인데, 타당성이 있다. 법무부는 이미 검찰개혁을 위해 검사 전담 보직을 대폭 줄이는 문민화 작업을 이행하고 있다. 행정처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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