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이은 도발에 인내 한계
'전부 아니면 전무'식 대북 접근
北도 "혹독한 대가 치를 것"
양측 모두 마이웨이만 고수
남북관계 냉전시대로 회귀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나온 지 하루 만에 공단 폐쇄 및 군사지역선포 등 기습 반격에 나서면서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올스톱 됐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으로 6ㆍ15 남북공동선언 이전으로 남북관계를 후퇴시켰다면, 북측은 군 통신선 및 판문점 채널까지 끊으며 군사적 대결만 남았던 냉전시대로 남북관계를 되돌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도 북한의 핵 포기 없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교류도 없다는 강경 입장으로 재차 선회하면서 박근혜 정부 남은 2년 동안 남북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까워졌다.
북핵 둘러싼 남북한의 퇴로 없는 치킨게임
박근혜 정부는 그간 비 정치 군사분야에서 작은 신뢰를 쌓아나가면서 비핵화 문제 등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이 같은 신뢰가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민간교류를 확대하고 남북대화를 이어나가 봤자 북한이 늘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 상황에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기조를 이어갈 명분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11일 “대통령은 지금 이 상태로 남북관계를 연명해 나가는 게 과연 무슨 의미이냐는 회의를 많이 갖고 있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비핵화 아니면 아무 것도 없다는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식의 대북 접근법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이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북측은 이날 예상보다 ‘빠르고, 센’ 반격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더 이상의 남북관계는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개성공단 폐쇄와 군사지역선포, 남측 인원 철수 및 자산동결, 모든 연락 채널 단절 등의 동시다발적 조치를 쏟아내며 남북관계의 단절을 선포했다.
특히 북측은 보란 듯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자위권을 주장하며 마이웨이 노선을 재차 강조 했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으로 내건 비핵화에 대해 콧방귀를 뀐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5월에 당 대회를 앞두고 북한 주민 내부 결속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김정은 입장에서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이라는 재를 뿌린 것에 대한 분풀이 성격도 있어 보인다”며 “남북이 한동안 각자 제 갈 길을 가게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북핵을 둘러싼 남북 치킨게임이 퇴로가 없고, 결국 군사적 대결 구도만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당장 북측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조선반도 정세를 대결과 전쟁의 최극단으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선전포고이자 도발적 조치”라고 규정한 뒤 “혹독하고 뼈 아프며 비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려 군사적 긴장을 예고했다. 우리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며 향후 추가 도발에 나설 때를 대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더구나 남북 사이에 우발적 군사 충돌이 발생할 경우 연락할 채널 자체도 중단된 상태다. 남북 양측 공히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한, 박근혜 정부 내내 군사적 대결 수위가 높아지고, 긴장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