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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관료 색출ㆍ처벌… 동남아에 ‘숙청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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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관료 색출ㆍ처벌… 동남아에 ‘숙청 한파’

입력
2018.01.09 17:3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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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前 호찌민 당서기장 등

부패 혐의 고관대작 22명 재판

필리핀은 마약 연루 경찰 처벌

태국도 잉락 前 총리 추적 박차

9일 베트남 현지 일간지들의 1면 모습. 딘 라 탕(57) 전 정치국원 등 비리 혐의로 기소된 22명에 대한 전날 대규모 재판 소식을 전하고 있다.
9일 베트남 현지 일간지들의 1면 모습. 딘 라 탕(57) 전 정치국원 등 비리 혐의로 기소된 22명에 대한 전날 대규모 재판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동남아 주요국가에서 힘 빠진 전직 권력자와 비위 관료들에 대한 숙청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높은 경제성장과 함께 만연하고 있는 불법, 부패를 방치한 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높은 경제 성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트남에는 역대급 사정 한풍이 불고 있는가 하면, 지난해 7%에 육박하는 경제성장을 이끈 필리핀은 대규모 비위 관료 해고를 예고하고 있다.

9일 베트남 현지 일간 뚜이쩨(Tuoi Tre), 탄닌(Thanh Nien) 등 주요 일간지들은 딘 라 탕(57) 전 정치국원 겸 호찌민시 당 서기장을 포함한 22명 고관대작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는 소식을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이들의 비위 소식은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전직 정치국원까지 포함된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재판은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탕 전 서기장은 2009∼2011년 국영 석유가스공사(페트로베트남) 이사회 의장 재직 당시 경영 부실과 비위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 페트로베트남건설이 추진한 화력발전소 사업과 관련한 횡령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망명을 시도했다 지난해 7월 붙잡혀 온 찐 쑤언 타인 전 페트로베트남 회장도 법정에 섰다. 이와 관련 호찌민시 인문사회과학대 응우옌 쩡 국제관계학부 학부장은 “많은 국민들은 공공기관이 부패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상황이) 경제 성장에도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관료들의 부정과 부패가 기업가 정신을 꺾고 지하경제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도 비위 관료 색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로날드 델라 로사 경찰청장은 지난 8일 “고위 경찰 간부 4명을 포함해 마약 사건 등 중대한 비행에 연루된 경찰 67명이 이번 달 내로 옷을 벗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경찰은 지난해 ‘부패와의 전쟁’을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뒤로 밀어 놓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부패방지위원회를 설치해 대규모 부패 사정작업을 예고한 바 있다.

쿠테타를 주도해 2014년 현직에 오른 군인 출신의 쁘라윳 찬오차 태국 총리도 지난달 유엔 국제부패방지의 날(12월 9일) 행사에서 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그는 “태국인들은 부패를 거부해야 한다”며 각급 기관에 반부패 정책을 주문했다. 그는 이런 노력을 통해 국제투명성기구(TI) 부패인식지수(CPI) 순위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태국은 1인당 GDP가 6,300달러로 필리핀보다 배로 높지만, CPI 순위는 101위로 필리핀과 같다. 하지만 태국 당국이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재임 당시 추진한 쌀 고가 수매 정책이 정부 재정에 미친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를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정적 제거를 위한 ‘부패 척결’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는다.

동남아 국가들의 이 같은 비위 숙청 작업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위기관리 컨설팅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치적 불안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적 제거로 비춰질 수 있는 부패 숙청은 정치 불안을 부추긴다. 기존 기업들의 활동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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