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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이 비핵화 동력”이라는 미국, “신뢰로 냉전 벗어나자”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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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이 비핵화 동력”이라는 미국, “신뢰로 냉전 벗어나자”는 중국

입력
2018.05.0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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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패권 욕심 지적하며 신경전도

3일 한국일보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2018 한국포럼'의 두 번째 세션인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이영성 한국일보 부사장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3일 한국일보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2018 한국포럼'의 두 번째 세션인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이영성 한국일보 부사장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국일보가 3일 주최한 ‘2018 한국포럼’에서는 북한 핵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미국과 중국 간 시각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특히 과거 북핵 협상 결과를 실패로 규정하며 불신을 벼려 북한이 핵을 숨기지 않는지 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미측에 맞서, 중국 측은 비핵화가 호혜적 결론에 이르도록 미국도 보상에 인색해선 안 되고 과거 6자회담 같은 다자(多者) 틀을 복원, 약속 이행 과정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반박하는 모습이었다.

일단 1~3세션에 토론자로 참석한 미측 인사 4명은 모두 올 들어 북한이 천명한 핵 포기 의사를 믿지 않았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차관보)는 “북한이 통일을 신화가 아닌 목표로 두고 핵을 개발했다는 가설을 수용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했고, 에번스 리비어 미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자초하며 어렵게 개발한 핵무기를 쉽게 포기할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6자회담 등 과거 북핵 협상들이 공전한 것도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진심이 아니었던 탓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리비어 연구원은 “2005년 남북과 미ㆍ중ㆍ일ㆍ러 등 6자가 합의한 9ㆍ19 공동선언이 이행되지 못한 건 북한이 국제사회의 검증ㆍ사찰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했고,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 아시아ㆍ태평양 안보국장은 “미국이 수백기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서 철수한 1991년 이후에도 북한은 줄곧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했다.

때문에 북한에 더 이상 속지 않는 게 핵심 과제라고 미측 토론자들은 입을 모았다. 철저한 검증은 불신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크로닌 국장은 “여건이 좋아져도 북한은 냉전적인 사고 방식을 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을 불신한 채 의도를 검증해야 한다. 불신하는 게 중요하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말 핵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면 어떤 장소라도 불시 사찰이 가능한 엄격한 매커니즘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북한에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는 게 중국 측 시각이다. 판젠창 중국 개혁개방포럼 상급고문은 “과거 북핵 협상 실패의 원인을 짚어보면 북미 상호 간의 신뢰 부재가 핵심”이라며 “상대에게 겁을 줘야 안보가 보장될 거라고 여기는 냉전적 사고 방식이야말로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주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만큼 비핵화가 일방적인 북핵 해체 과정이어서는 안 된다는 게 판 상급고문의 생각이다. 그는 “9ㆍ19 공동선언이 제시한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이 올바른 비핵화 여정의 원칙”이라며 “과거 성과에서 교훈을 얻고 6자회담 동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다자 간 협상 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션딩리 중국 푸단대 교수도 “북한에 대한 일방적 강요로서의 비핵화 대신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미측과 판이하게 중국 측의 해법은 신뢰 구축이다. 쉬웨이디 전 중국 국방대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비핵화는 큰 그림의 일부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건 한반도의 탈냉전화”라며 “인내심을 갖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반대급부인) 체제 보장으로부터 비핵화가 시작될 수 있고 절차가 진행되다 보면 상호 간 신뢰가 돈독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검증 과정도 호혜주의에 기반해야 한다. (비핵화 행동뿐 아니라) 보장에도 검증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포럼에서는 상대방의 패권 욕심을 놓고 미ㆍ중 양측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이 번영하는 자유로운 동북아시아를 꿈꾸는 게 아니라 자국이 꼭대기에 서 있는 21세기판 조공체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다니엘 트와이닝 미 국제공화주의연구소(IRI) 회장의 지적에 션 교수가 “중국은 패권보다 긴장 완화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주한미군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가 확장돼선 안 되고 미국도 독점적 헤게모니 장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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