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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독과점 제조산업 58개로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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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독과점 제조산업 58개로 증가

입력
2018.04.26 17: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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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정권 단기 경기부양 탓 늘어

R&D 인색하고 매출은 높아

“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 우려”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형배 시장구조개선 정책관이 시장구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형배 시장구조개선 정책관이 시장구조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위 3개 이하 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독과점 산업이 제조업 분야에서만 58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1년 독과점이 크게 심화된 후 이 같은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들은 제한적인 경쟁환경 속에 상대적으로 낮은 연구ㆍ개발(R&D) 투자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발표한 ‘2015년 기준 시장구조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광업ㆍ제조업 분야의 독과점 산업(1위 업체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상위 3개사 점유율 75% 이상)은 정유 승용차 화물차 맥주 반도체 등 58개로 조사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13년(56개)보다 2개 늘어난 수치다. 독과점 산업 수는 2006~2010년 47개를 유지하다가 2011년 59개로 껑충 뛴 후 50개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호태 공정위 시장구조개선과장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일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이에 해당 시장 내 상위 3개사 점유율이 증가하며 독과점 산업 수가 50개 후반까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이황 고려대 교수도 “이전 정권에서 이 같은 독과점 구조 등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금융확대, 건설경기 부양 등 단기적 경기부양에 집중하며 독과점 문제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독과점 산업의 평균 매출액은 2,818억원으로 그 밖의 산업평균(260억원)보다 10배 가량 높았다. 정유 반도체 승용차 등 초기 투자비용이 커서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대규모 장치산업에 독과점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독과점 산업(58개) 중 해외 기업에 시장 개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산업이 27개(46.6%)에 달했다. 김 과장은 “특히 화물차 맥주 산업 등은 해외개방도가 낮아 경쟁압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므로 경쟁촉진 시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들 독과점 산업의 R&D 비율은 1.6%로 그 밖의 산업(1.7%)을 밑돌았다. 특히 정유(0.2%) 담배(0.9%) 맥주(0.3%) 등은 R&D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독과점 산업에 속한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이 높고 해외 개방도가 낮다 보니 ‘미래 먹거리’ 투자에 소홀해도 매출 유지에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신현윤 연세대 교수는 “경쟁이 제한적인 독과점 구조에서는 기술개발이나 원가절감, 경영합리화를 위한 투자유인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독과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를 낳고 나아가 산업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최종재 시장의 독과점 구조에 따라 중간재 부품소재 기업들은 소수 대기업에 전속거래(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부품 등을 공급할 때 10년 이상 장기계약으로 체결하는 거래구조) 형태로 묶일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단가 후려치기 등 ‘갑질’에 노출되고 부품 경쟁력도 약화된다”며 “독과점 구조에서 파생되는 이런 문제에 공정위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윤 교수는 “글로벌 단위로 경쟁이 벌어지는 시대에서 독과점을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면서도 “독과점 사업자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의 신규 진입을 저지하는 행위 등을 적극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 기준 서비스업 분야의 독과점 산업은 위성통신 재보험 위성방송 등 33개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최초 조사인 2010년(37개)보다 4개 감소한 수치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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