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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응원 1000경기 출장 “우승 때까지 행복송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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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응원 1000경기 출장 “우승 때까지 행복송 불러요”

입력
2018.04.23 15:0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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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화 한화응원단장

“역전 못하면 아줌마 퍼머” 공약 등

12년째 단상 오르며 즐거움 선사

팀성적 부진할 땐 스트레스 받지만

“올해는 유독 분위기 좋아 기대”

홍창화 한화 응원단장이 관객들과 함께 야구장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한화 제공
홍창화 한화 응원단장이 관객들과 함께 야구장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한화 제공

지난 20일 대전 구장에서는 조금 특별한 시구자가 등장했다. 여느 때 같으면 응원단상에 서서 운동장 분위기를 한창 달구고 있을 홍창화(38) 한화응원단장이 마운드로 내려온 것. 이날은 홍 단장이 처음 한화 응원단장을 맡은 후 1,000경기째 출장한 날이었다. 그는 왼쪽 옆 머리를 다듬어 ‘1,000’이라는 숫자까지 새겼다. 홍 단장은 “한화 이글스가 우승하는 그날까지 2,000경기든 3,000경기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처음 한화 응원단장을 맡은 후 2008년을 제외하고는 벌써 12년째 홈과 원정 가릴 것 없이 한화의 응원단상 위에 서왔다. 2008년에는 계약 문제로 잠시 SK와이번스 응원단장으로 외도(?)를 했다. 비록 몸은 인천(SK 연고지)에 있었지만 마음은 항상 대전(한화 연고지)에 있었던 그는 대학 친구이자 당시 한화 응원단장이었던 박홍구 단장에게 ‘1대 1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홍 단장은 그렇게 다시 한화로 돌아왔다.

홍창화 한화 응원단장이 관객들과 함께 야구장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한화 제공
홍창화 한화 응원단장이 관객들과 함께 야구장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한화 제공

홍 단장은 초보 시절 ‘승리의 아이콘’이었다. 홍단장이 처음 야구단장을 맡았던 2006년 한화는 가을 야구를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IA에 2승1패로 승리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현대유니콘스(현 넥센) 마저 꺾으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에 져 준우승에 그쳤지만, 한화는 그 해 전무후무한 최고의 야구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듬해인 2007년에도 한화는 가을 야구를 치렀고, SK로 잠시 자리를 옮겼던 2008년에는 SK가 우승을 했다. 그는 “내가 맡는 팀은 당연히 가을 야구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0년 동안 한화는 줄곧 최하위권에서만 맴돌았다. 일부 성난 팬들 사이에서는 “홍창화가 패배를 부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화뿐 아니라, 홍 단장이 응원을 맡은 다른 종목 팀(여자농구ㆍ여자배구ㆍ남자배구)들도 모두 최하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극한 직업 홍창화’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맡는 팀마다 성적 부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홍 단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홍창화 한화응원단장의 야구공 헤어스타일. 홍창화 제공
홍창화 한화응원단장의 야구공 헤어스타일. 홍창화 제공

홍 단장은 그러나 “한화에 대한 열정과 팬들의 사랑 때문에 계속 응원단장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13년에는 개막 후 무려 13연패를 했는데, 그 연패를 끊고 팬들과 함께 눈물을 흘린 그 날을 잊지 못한다. 한화의 대표적인 응원가인 ‘행복 송’과 ‘8회 목소리 응원’도 고난의 시절 개발했다. 이제는 야구장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홍 단장의 머리 모양도 팬들 덕에 나온 응원 아이템이다. ‘한화가 역전을 못하면 아줌마 퍼머를 하겠다’ ‘반 삭발을 하겠다’ 등의 공약을 내걸었는데, 번번이 그 공약을 이행해야 했다. 홍 단장은 “내가 조금 망가지더라도 팬들이 야구장에서 스트레스 풀고 즐거워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단장은 올해 한화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고 진단했다. 이미 팬들의 응원 분위기에서 변화가 감지된다고 한다. 경기가 끝나고 복도를 나오는데 팬들이 자발적으로 부르는 ‘행복송’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홍단장은 “올해는 감독, 코치진이 모두 한화 출신 레전드급 인물들로 꾸려졌고 선수단도 유독 분위기가 좋다”면서 “팬들도 많이 운동장을 찾아주셔서 지난 1999년의 영광을 다시 한번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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