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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근혜 3남매의 육영재단 암투

입력
2016.12.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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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일가 불화의 단초가 된 육영재단은 설립부터가 떳떳하지 않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가 어린이 복지사업을 목적으로 1969년 세웠으나 대부분의 자금은 기업의 기부금으로 마련했다. 당시 기업들이 낸 돈은 2억364만3,000원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5,000만원을 냈다. 재벌 손목을 비틀어 재단을 만든 수법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과 똑같다.

▦ 육영재단 운영권을 둘러싼 오래된 분쟁에는 최태민, 최순실 일가가 깊숙이 관여돼있다. 박 대통령이 1982년 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당시 최태민을 고문으로 끌고 들어온 게 화근이 됐다.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등 재단 운영을 배후 조종하자 재단 안팎에서 불만이 커졌다. 박 대통령의 동생 근령ㆍ지만씨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보냈고, 결국 박근혜는 이사장직을 쫓겨나듯 물러났다. 그때부터 박 대통령은 근령씨와 연을 끊었다.

▦ 박 대통령 일가의 육영재단 암투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근령씨가 재단 이사장을 물려 받으면서 이번엔 박근령과 박지만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한때는 누나인 박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은 동병상련의 정이 있었지만 재단 운영권을 놓고는 사이가 틀어졌다. 근령씨와 지만씨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폭행, 통장 가압류 등 수십 건의 소송을 주고받고 있다. 문제는 분쟁의 핵심에 육영재단의 재산이 있다는 것이다. 4만 평인 서울 능동 어린이회관 부지 땅값은 2조원에 달하고, 임대료 수입만도 매년 20억 원이 넘는다.

▦ 5년 전 일어난 박 대통령 5촌간 살인사건과 육영재단 분쟁의 연관성이 주목을 끌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17일 방송에서 이 사건에 배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 5촌 조카가 2011년 6월 북한산국립공원 주차장에서 흉기에 찔려 숨지고 용의자인 그의 사촌 형은 북한산에서 목을 매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돈 문제로 다투다 일어난 것으로 결론 내렸으나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두 사람 모두 억울한 희생자가 아니냐는 게 방송의 골자다. 피해자가 당시 근령, 지만의 육영재단 소송 주요 증인으로 법정진술이 예정돼 있었던 터라 의혹을 살 만하다. 국민 세금과 기업 출연금으로 지은 육영재단이 어쩌다 박 대통령 가족의 재산 싸움터로 변질됐는지 안타깝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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