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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한국호 항로 잡아줄것" vs "추가희생땐 통합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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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 한국호 항로 잡아줄것" vs "추가희생땐 통합 방해"

입력
2014.11.2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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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중수색이 종료된 이후 세월호 선체 인양 여부를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쪽에서는 인양 강행이 막대한 비용 문제와 더불어 추가 희생을 낳아 오히려 통합의 저해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다른 쪽에서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와 돈보다 앞서는 국가 책임을 위해 인양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쪽의 의견을 들어봤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세월호 추모문화제에서 '이소선 합창단'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소선 합창단은 "하나가 되어 싸우라"는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의 뜻을 가려 만들어진 노동자 합창단이다. 이날 광화문 광장엔 유가족과 촛불을 든 시민 200여명이 함께했다. 뉴시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세월호 추모문화제에서 '이소선 합창단'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소선 합창단은 "하나가 되어 싸우라"는 전태일 열사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의 뜻을 가려 만들어진 노동자 합창단이다. 이날 광화문 광장엔 유가족과 촛불을 든 시민 200여명이 함께했다. 뉴시스

대한민국號 무엇을 고쳐야 하나… 인양이 올바른 항로진입의 첫발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세월호는 특별한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항상 사고 공화국이었다.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진 경험이 있으며, 공장도 폭발한다. 올해만 해도 리조트가 붕괴되었고 환풍구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였다. 10만 명당 산업재해사고자 수는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세월호와 유사하게 국민의 안전에 둔감한 정부가 제대로 규제를 못한 것이 모든 사고의 큰 원인을 차지한다.

그래도 세월호는 특별한가? 그렇다. 세월호는 사고 공화국의 모든 문제점이 집약된 총체적 난국의 종합선물세트였다. 정부가 지목한 악인은 승객을 버리고 도망간 고령의 선장이었다. 그가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악인의 등장에 대비하기는커녕 기업들이 안전을 포기하고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가 더 직접적인 문제의 원인 제공자였다. 침몰 이후 보여준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는 그보다도 더 형편없었다. 기업과의 유착, 봐주기식 일처리, 무능과 혼선, 거의 모든 수준과 차원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세월호를 인양해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는 여당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수천억이 될지도 모르는 비용 대비 효용을 생각한다면 인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확실히 돈을 위해 안전은 뒷전인 사고 공화국의 국회의원다운 의견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는 국민의 분노에 수세적으로 대응했을 뿐, 진지한 반성과 혁신을 위한 노력을 시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여론에 떠밀려 세월호를 인양한다 해도 진상규명이나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혁의 노력보다는 인양한 세월호를 볼 수 있는 관광코스를 만드는 데 열중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세월호 인양이 정치적 쇼에 그치고 만다면 수천억이 아니라 단 십원의 인양비용도 아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를 인양해야 하는가? 그렇다. 그 인양작업으로 인해 또 다른 불가피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 확실한 경우만 아니라면. 때로는 돈보다 소중한 가치, 돈보다 앞서는 책임이 있다. 그래도 인양비용이 아깝거든 침몰을 유발한 모든 과오에 대한 벌금이라고 생각하라. 국민은 사소한 신호위반에도 벌금을 내야 한다. 사고를 방치하고, 그 사고의 원인 파악과 뒤처리도 포기하는 국가에 충성할 국민은 없다. 그 비용은 미안하게도 돈으로 계산해서 말해줄 수 없다. 여기서 인양을 포기한다면 그 급박한 순간 “그대로 있으라”고 지시한 세월호 선장과 정부가 무엇이 다른가.

세월호 인양이 과연 논쟁거리인가? 명확한 진상규명을 통한 사고의 재발 및 환경오염 방지, 그리고 최종적인 실종자 수색을 위해 인양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지금은 인양에 대한 찬반 논쟁이 아니라, 인양을 통해 과연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고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과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니 세월호를 인양하도록 하자. 미개한 국가에서 태어나 미개한 국민이 된 죄로 인양비용을 위해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면 그 벌은 얼마든지 달게 받을 수 있으니. 막막한 바다를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어린 친구들이 세월호와 함께 미처 끝내지 못했던 항해를 마치고 이제는 편안하게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침몰하는 대한민국이 올바른 항로를 찾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고위험 작업 따른 추가희생 염려… 숭고한 결단이 통합의 계기 될 것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지난 수 개월간 세월호 참사는 정치 쟁점으로 변질돼, 온 나라가 두 갈래로 갈라져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문재인 의원과 김영오씨의 단식투쟁, 일부 야당 의원들의 과도한 정치투쟁, 김현 의원과 일부 유가족 대표들의 대리기사 폭행 등으로 인해 위로 받아야 할 유가족대표들에 대한 국민 감정마저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 유가족들이 잠수사들의 안전 등을 고려해 선체 수색 중단에 합의하는 결단을 내리자 다시 많은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상처를 딛고 국민적 요구에 따라준 유가족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월호 참사로 초래된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는 국민적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런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선체 인양 여부는 국민통합의 길이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불행히도 현재 논쟁의 초점은 비용적 측면에 맞춰져 있다. 우리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할 사상 초유의 대형참사로 희생된 마지막 한 구의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유일한 국민통합의 길이라면 정부는 어떠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미군은 아무리 치열한 전장이라도 전사자의 시신을 반드시 회수한다는 철칙이 있다. 국가가 국민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 받는 이유인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추산한 1,000억원은 국민통합의 비용으로 그리 큰 것이 아니다. ‘인양비용’ 운운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자신들이 초래한 국론 분열이라는 사회적 비용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더 숭고한 결말로써 세월호 참사를 국민통합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체 인양을 위해서는 많은 잠수사들이 동원돼 사고위험이 높은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이고, 남편들이다. 물론 다시 목숨을 걸고 바다에 뛰어 들 것을 요구 받는다면 이들은 기꺼이 나설 것이다.

그러나 이미 민간인 잠수사 2명이 사망했고, 지원에 나섰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5명의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구조인력 10여명이 사망했다. 또 선체를 인양한다 해도 실종자들의 시신을 찾는다는 보장도 없다. 선체 인양 도중 인명 희생이 발생하고 정작 추가 시신 발견에 실패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 될 것이다.

만약 세월호 유가족들이 잠수사들의 안전을 위해 선체 인양을 강행하지 않는 숭고한 결단을 내려준다면 희생자들을 국민 모두의 가슴에 묻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누구도 유가족들에게 이러한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조사에서도 약 60%의 응답자가 ‘남은 실종자를 찾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선체 인양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많은 국민들이 유가족들의 슬픔을 이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유가족들이 ‘선체 인양 요구’라는 여론에 의해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는 희생 정신을 보여준다면 우리 국민 100%의 존경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는 국민통합의 상징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발트해에서 침몰해 8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에스토니아호의 인양을 포기하고 추모해역으로 만든 스웨덴의 경우를 눈여겨볼 만하다. 이 사고도 세월호 참사와 닮은 점이 많다. 악천후에 출항을 강행했고 화물도 대충 실었다. 137명 생존자 중 3분의 1이 승무원이었다. 심지어 스웨덴 검찰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선장을 포함해 단 한 명도 기소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와 국민들은 성숙한 합의를 이끌어 냈고 북유럽 최악의 해상 참사는 국민통합의 상징이 되었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세월호 참사는 국민통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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