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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물론 스파이도 환영” 인재 블랙홀 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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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물론 스파이도 환영” 인재 블랙홀 된 중국

입력
2018.06.05 18: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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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몽’ 드라이브

인프라 예산은 이미 美 뛰어넘어

연구진에도 차이나머니 물량공세

美 떠나 中 택하는 인력 늘어

4일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자금성 앞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4일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자금성 앞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갈수록 많은 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현재로서 중국은 (과학자들이) 자신의 실험실을 차리는데 세계 최고 장소다.”

현미경과 시약병이 가득한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연구소에서 유전학자 호세 파스토르-파레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 태생인 그가 전공 분야인 세포 생물학 연구를 위해 이곳에 둥지를 튼 지도 6년째. 그는 2012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예일대의 최첨단 연구 환경을 뒤로하고 베이징행을 택했다. 그는 “높은 계약금과 연구 자금이 보장된다는 점, 풍부한 기술 인력, 유전학 연구 센터를 새로 지을 수 있는 기회 등 뿌리치기 힘든 혜택들이 있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최근 과학 분야의 전통 강자인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는 연구진이 줄을 잇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추격을 위해 인재 유치에 열을 올린 데 따른 성과다.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중국몽(中國夢) 드라이브 아래 전 세계 지식 인력들을 적극 끌어당기면서, 글로벌 과학 영재들로부터 외면 받은 미국이 ‘세계 1위’ 라는 위상을 잃을 때가 임박했다는 지적이다.

과학 연구 인력들이 중국으로 방향을 트는 데는 중국 정부 주도의 막대한 연구 자금이 한몫하고 있다. 미국과학위원회(NSB)에 따르면 아직 미국이 세계최대 규모인 연 5,000억달러 가량을 지출하지만, 중국과의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올해 말이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인프라 건설에 드는 예산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을 제쳤다. 미국 미주리과학기술대 알래나 크롤리코우스키 교수는 “중국 과학에 대한 평판이 상전벽해 수준”이라며 “해외 연구진 사이 중국 (과학 진흥) 정책이 이뤄낸 것을 경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으로선 고급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할 판인데,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예산 삭감, 이민 규제 강화 등으로 일류 과학자들 사이에서조차 연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백악관의 과학 담당 보좌관 자리도 1년 넘게 공석인 상태다. 빌 넬슨 상원의원이 올 1월 의회 청문회에서 “지금 속도라면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한다”며 “미국을 세계 최대 경제로 만든 과학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은 이유다.

중국은 과학 연구진뿐 아니라 첩보원 확보에도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틀 전 론 록웰이라는 이름의 전직 국방정보국(DIA) 요원을 중국 정보기관과 미국의 국방 관련 기밀을 거래한 혐의로 체포했다. 중국 측은 최소 5년 이상 록웰과 접촉하며 수십만 달러를 정보 대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록웰 외에도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과 전 국무부 특별수사관 등 2명이 이미 중국에 국가 기밀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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