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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피아만 아니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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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모피아만 아니면 되는가

입력
2014.02.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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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인 수출입은행장 자리에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서강대 경제대학원 초빙교수)이 사실상 내정됐다. 수출입은행장 자리는 지금까지 줄곧 모피아(경제부처 관료) 출신이 독식을 해온 자리.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 역사상 민간 출신 행장은 처음이다.

그의 수출입은행장 행(行)은 무난해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출발해 대한투자신탁 사장, 우리은행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그리고 사모펀드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대표까지. 그의 금융권 경력은 누구보다도 화려하다. 이 전 행장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능력을 발휘하고 싶고, 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막판까지 그와 경쟁한 이는 허경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 대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일찌감치 후보군에 올랐고, 최근까지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경제기획원 국제금융국 근무를 시작으로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 국제금융과장,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금융국장, 그리고 기획재정부 제1차관까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국제금융 관련 업무를 한 자타 공인 국제금융통이다. 구사하는 영어도 공무원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대외 경제협력에 필요한 금융 업무를 담당하는 수출입은행장 자리에 적임이라는 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쟁쟁한 대결에서 이 전 행장이 낙점되고 허 전 대사는 탈락한 인선 기준은 뭐였을까. 여러 고려요인이 있었겠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허 전 대사는 '모피아 출신'이고, 이 전 행장은 '민간 출신'이라는 점이다. 모피아 낙하산에 대한 여론의 거센 반발이 빚은 결과라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장 자리를 20일 가량이나 공석으로 비워둔 것도 이런 고민이 깊었기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로써 국책은행장 3자리는 이제 모두 민간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 선임된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교수 출신,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내부 출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가 순순히 수긍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전 행장과 홍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모교인 서강대 출신이고, 권 행장은 여성이다. 그들의 능력을 떠나 대통령 코드 인사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모피아 낙하산' 대신 '코드 낙하산'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과연 둘 중 어느 것이 낫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모피아나 정치인만 피한다고 다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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