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소액주주 모임으로 시작해 드루킹 왕국 된 ‘경공모’

알림

소액주주 모임으로 시작해 드루킹 왕국 된 ‘경공모’

입력
2018.04.26 04:40
8면
0 0

핵심 26명이 조직계급 관리

드루킹은 ‘미중 전쟁’ 예언도

‘드루킹’ 김동원씨의 정치 조직인 경인선 회원들이 지난해 4월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ㆍ강원ㆍ제주 경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 김동원씨의 정치 조직인 경인선 회원들이 지난해 4월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수도권ㆍ강원ㆍ제주 경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중심인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은 ‘드루킹(김동원ㆍ구속) 왕국’이었다. 돈을 벌겠다는 욕망이 정치적 탐욕으로 변질됐고 결국 사이비 교주 행세를 한 김씨를 맹신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경공모는 2009년 소수의 소액주주 모임으로 출발했다. 한국 미국 등 국내외 주식 차트를 분석한 자료를 공유하는 평범한 곳이었다. 김씨는 2010년 이를 바탕으로 주식 관련 책을 썼다. 그의 주식 예측이 들어맞았는지 유명세를 탔고, 블로그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자신감이 붙은 김씨는 옛 예언서 ‘송하비결’을 거론하며 ‘미중 전쟁이 조만간 발발한다’ 등 국외 관련 정치 예언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국내 정치 관련으로 집필 영역을 확장했다. 이 글들은 진보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었다.

급기야 2014년 2월 김씨는 ‘깨어있는 시민을 모으고 조직화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본격 회원 모집에 나섰다. 불과 몇 년 만에 경공모는 회원 수가 4,560여명에 달하는 거대조직으로 자랐다. 그러나 조직관리는 마치 봉건사회처럼 철저하게 소수에 의한 지배체제를 본떴다.

실제 회원들을 움직이는 핵심 스태프는 김씨를 포함해 26명에 불과하다. ‘우주’라 불린 최상계급에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포진해있다. 김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오사카 총영사 후보로 인사 청탁한 유명 로펌 변호사 도모(61ㆍ필명 아보카)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김씨 여동생은 김모(49ㆍ필명 파로스)씨와 함께 경공모의 살림살이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 계급은 법무 스태프로 활약한 변호사 도씨처럼 각자 자신의 분야에 맞는 업무를 책임졌다. 정보통신(IT) 교육 디자인 등으로 구분하는 식이다. 김씨 일당이 높은 IT기술력이 요구되는 댓글 조작용 매크로 자동화 서버(일명 킹크랩)를 자체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전문화와 분화 덕분이라는 풀이다. 김씨가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댓글 조작을 벌인 느릅나무 출판사의 담당 회계사 또한 경공모 회원으로 드러났다.

계급은 7단계로 나뉘었다. 신규 회원은 등급 이름조차 ‘노비’였다. 등급마다 참여할 수 있는 메신저 단체대화방도 달랐다. 김씨의 고급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상위 계급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모임 참석은 물론, 별도의 추천과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심지어 ‘파로스’ 김씨가 운영한 비누ㆍ주방용품 판매업체 ‘플로랄맘’의 물품을 남보다 더 많이 팔거나,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해 와야 등급이 올라갔다.

계급으로 나뉜 회원들의 맹신은 김씨가 정치인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됐다. 회원들은 김씨가 블로그에 올린 정치인 관련 게시물을 조직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트리거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악성 댓글을 기사에 다는 방식으로 김씨의 정치권 진입을 도왔다. 김씨는 경공모 일부 회원을 민주당 권리당원으로 가입시킨 뒤 이들과 함께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그룹인 ‘경인선(經人先ㆍ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