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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재능의 결실 영광의 수상자들/제33회 백상예술대상: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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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재능의 결실 영광의 수상자들/제33회 백상예술대상:Ⅰ

입력
1997.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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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성대하게 거행된 제33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예를 차지한 수상자들은 지난 한해동안 연극, 영화, TV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게 결실을 이룬 사람들이다. 백상예술대상은 국내 유일의 무대와 영상예술 종합축제. 수상자들의 프로필과 수상소감, 포부 등을 들어본다(대상 수상자 및 대상 작품은 25일자 28면 참조).◎시나리오·신인감독상 이창동/“소설가 출신 어려움 극복”

개인 2관왕(시나리오와 신인감독상)인 이창동(43) 감독은 『운이 좋다』고 자주 말한다. 적어도 「초록물고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이 말은 맞다. 처음 시나리오를 들고 대기업 문을 두드렸으나 『무겁다』며 모두 거절했다. 그속에는 소설가 출신인 감독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그는 『영화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보다』하고 포기하려 했다.

지난해 8월에야 뜻밖에도 강우석 감독이 제작에 나섰고 내로라는 배우들(한석규 문성근 심혜진)이 기꺼이 참여했다. 여균동 명계남의 도움도 힘이 돼 「초록물고기」는 태어났다. 흥행에도 어느정도 성공(서울 20만명)했다.

감독으로서 그는 두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나는 표현방식. 우리의 뿌리를 잊지않고, 그위에서 형식을 찾아간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아는 것이 한국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로 92년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고, 시나리오상은 지난해 「…전태일」에 이어 두번째다.

◎TV 극본상 손영목/“가난과 소외는 영원한 주제”

지난달말 종영된 KBS2 미니시리즈 「머나먼 나라」로 극본상을 차지한 방송작가 손영목(32)씨는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풍요의 90년대에 도시 한 구석의 가난을 그린 드라마 「머나먼 나라」는 그의 말대로 어울리지 않을 지 모른다. 하지만 가난과 소외야말로 인간사의 영원한 주제라는 점에서 드라마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91년 SBS 라디오드라마 「사람사는 세상」으로 입문한 손씨는 이제 막 신인티를 벗은 방송작가. 하지만 벌써 MBC 「마지막 승부」, KBS 「바람의 아들」 등 미니시리즈로 솜씨를 인정받았다.

원래 시인을 꿈꾸었지만, 『소주 한 잔 사먹을 돈이 없어』 방송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연극 신인연출상 윤우영/“소규모 무대도 관심 고마워”

『소규모 무대에도 관심을 기울여 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신인연출상을 받은 윤우영(36)씨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연극계의 재목으로 꼽힌다. 85년부터 극단 실험극장에 소속된 후 수많은 작품의 조연출을 맡아왔으며 현재 영국 브리스톨대 대학원에서 연출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뒤늦은 데뷔작 「마로윗츠 햄릿」의 막이 지난해 12월 올라가자 일찌감치 그에게 신인연출상을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연출작 「마로윗츠…」는 「햄릿」 원작의 구성을 재배열한 것으로 악하고 약삭빠른 사람이 능력있게 여겨지는 세태를 그린 작품. 관객들에게 현실의 섬뜩함을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이다.

◎TV 신인연출상 김사현/등장인물 심리묘사 뛰어나

미니 시리즈 「일곱개의 숟가락」으로 신인 연출상을 수상한 김사현(38) MBC PD는 등장 인물의 심리 묘사에 뛰어난 연출자.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선이 작품에 드러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곱개의 숟가락」은 다섯 고아의 애처로운 삶을 그린 김수정 원작의 만화. 김PD는 자칫 비현실적이 되기 쉬운 만화를 사실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잡아내 호평을 받았다. 홍경인 이정현 등과 무명의 아역들만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떨구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84년 입사한 김PD의 첫 작품은 91년 「무동이네 집」. 화목한 대가족 구성원 각자의 모습을 적당한 웃음과 함께 상큼하게 그렸다는 평.

◎연극 남자연기상 윤주상/“가장 어려운 상 받았습니다”

『백상예술대상은 가장 어려운 상인가 봅니다』

110여편의 왕성한 출연, 「연극의 해 최우수 남우주연상」 「동아연극상 연기상」 「이해랑연극상」 등을 휩쓸었던 윤주상(48)씨는 오랫동안 별러 온 수상의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수상작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이 원작인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노역 단골 배우인 윤씨는 욕정의 인간 표도르역을 맡아 줄을 타듯 긴장과 이완의 묘미를 살리며, 익을 대로 익어 곰삭은 연기를 보였다.

사실 그는 이 역을 20여년 전부터 노려왔다. 71년 초연을 관람한 뒤 소설을 7번 독파했고 지난해 연출자 김영수씨에게 『표도르역의 배우는 찾을 필요 없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윤씨는 서라벌예대에 다니던 71년 극단 세대를 만들어 젊음을 바쳤고 졸업 후 실험극장을 통해 76년 데뷔했다. 극단을 가리지 않고 작품이 좋으면 무대에 오르는 다작주의자이다. 관객과의 긴장싸움에 능한 그는 자신의 강점을 「철저한 작품분석」으로 요약했다.

◎연극 여자연기상 서주희/고된 연습 “많이 배웠습니다”

『여자연기상을 받아 너무 행복합니다』며 나이보다 앳된 미소를 머금는 서주희(31)씨는 심사 결과가 의외다 싶을 정도로 신선한 얼굴이다. 그러나 사실은 서울 정신여고 연극반과 중앙대 연극영화과 등을 통해 일찌감치 무대를 익힌 배우이다.

서씨는 장정일씨의 희곡 3편을 김철리 채승훈 김아라씨가 각각 연출한 연작 「이 세상 끝」으로 여자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안석환씨와 단 둘이 3번의 변신을 해야 하는 탓에 유독 힘든 작품이었다. 일단 연습량이 최장 20시간으로 엄청난 데다가 세명의 연출방향과 작업방식이 제각각이어서 적응도 어려웠다.

서씨는 『연습도중 호흡이 엉켜 얼굴이 하얘진 채 쓰러졌는데도 연출자가 연습을 멈추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너무 힘들어 「이전에 없었듯이 이후에도 이런 연습은 절대 없다」고 맹세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세 연출자와의 작업을 통해 참으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영화 남자연기상 한석규/“작품마다 연기변신 노력”

『좋은 작품으로 상을 받게 되니 부끄럽지 않아서 좋습니다』

지난해 영화 「닥터봉」으로 남자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로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한석규(33)씨는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초록물고기」에서 그는 그리 잘 나지도, 모질지도 못하지만 멋지게 살아보고 싶은 뒷골목 깡패 「막둥이」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평범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는 변신에 뛰어난 배우.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서는 연인을 잊지못하는 섬세한 감성의 남성으로 분했고, 「닥터봉」에서는 바람둥이 의사로 변신, 코믹 연기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슷한 연기를 하면 연기하는 저나 관객들이 재미가 있을리 없죠.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게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재미도 있습니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도 그 때문.

현재 신인 감독 송능한의 영화 「No.3」에 출연 중이다. 이번에 맡은 역도 깡패. 하지만 정시에 출퇴근하는 「회사원」깡패라는 점이 특이하다.

◎영화 여자연기상 심혜진/여배우 1인자 구축 ‘2연패’

심혜진(30)씨에게 상복이 터졌다. 지난해 3월 백상예술대상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여자 연기상을 탄 이후 4월 대종상서 여우 주연상(「은행나무 침대」)을 받았다. 또 지난해 말 「박봉곤 가출 사건」으로 청룡영화제 여우 주연상에 이어 이번에 다시 「초록 물고기」로 백상 여자 연기상을 2연패 한 것이다. 출연작마다 각기 다른 상을 휩쓸며 가히 여배우로서는 1인자 자리를 구축해가고 있다.

여배우 기근이 나은 덕을 본 셈이기도 하지만 CF출신으로 가벼웠던 이미지를 깨려는 스스로의 변신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더욱이 이번 수상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 건져올린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초록 물고기는 제작비 문제 때문에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던 작품인데 관객들도 좋아하고 오늘 상도 많이 받으니 뿌듯하네요』

그는 영화에서 싸구려 나이트 클럽의 가수로 분해 정부인 문성근과 순진한 한석규 사이를 오가는 미묘한 심리를 잘 표출했다.

◎TV 남자연기상 유동근/표정연기·대사 완벽소화

MBC 드라마 「애인」은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거리는 「황신혜 머리핀」, 「유동근 와이셔츠」로 넘쳐났고, 주인공들의 몸짓과 대사 하나 하나는 곧바로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 신드롬의 중심에 유동근(39)씨가 있었다. 중년의 금지된 사랑으로 번민하는 정운오 역을 그는 마치 바로 그 자신인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중년 남자의 미묘한 심리변화를 포착해 내는 치밀한 표정연기와 대사는 「사극 전문 연기자」라는 그간의 통념을 뒤집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연기한다는 기분이 들지 않을 만큼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했던 동료 연기자들과 스태프들 덕분입니다. 이런저런 상을 받아봤지만 오랜 권위를 자랑하는 「백상예술상」을 받게 되어 더욱 기분좋습니다』

요즘 그는 KBS 「용의 눈물」에서 차기 왕권을 노리는 정안대군(이방원) 역을 맡아 선굵은 연기로 중년 남성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대물과 역사극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명실상부한 「중견」 연기자로 거듭나고 있다.

◎TV 여자연기상 김영애/“질박한 연기에도 자신감”

『도시적 분위기의 연기에서 벗어난 건 「형제의 강」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 걱정도 많았어요. 이젠 질박한 연기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SBS 드라마 「형제의 강」에서 큰소리만 치는 남편과 이기적인 아들 틈새에서 평생 숨한번 크게 못쉬고 살았지만, 늘 가족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어머니. 이 역할로 TV 부문 여자연기상을 수상한 김영애(45)씨는 이번 드라마에서 나름대로 변신을 위해 노력했다.

올해로 연기경력 26년째인 중견연기자 김씨가 백상대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 하지만 이번 수상의 기쁨이 더욱 큰 것은 오랜만의 연기 변신에 대한 사후검증이라는 차원 때문이다. 『비록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심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 울기도 많이 울고, 고생도 다른 작품에 비해 두배는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71년 MBC탤런트 3기로 입사한 김씨는 74년 「민비」, 82년 「세자매」, 85년 「엄마의 방」, 91년 「옛날의 금잔디」 등으로 안방스타의 자리를 굳혀왔다.<이대현·최진환·박천호·황동일·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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