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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들 죽어나가는데, 국회는 법안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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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들 죽어나가는데, 국회는 법안 방치

입력
2018.01.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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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에 보호 관련 법안 5건

1년 5개월~11개월째 계류 중

2004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주최로 열린 감정노동자 보호 대국민 캠페인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감정노동자보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국일보DB
2004년 서울 중구 명동 예술극장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주최로 열린 감정노동자 보호 대국민 캠페인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감정노동자보호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한국일보DB

#‘아빠 나 오늘도 콜 수 못 채웠어. 퇴근 늦을 것 같아.’ 당시 19세였던 홍수현양이 아빠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다. 전북의 한 특성화고 학생이었던 홍양은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 전화 고객 응대 업무를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1월 23일 그는 일터에서 받는 부담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홍양은 ‘감정노동자’였다.

#지난해 말 자살한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 그 역시 감정노동의 피해자라는 견해가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6일 “감정노동의 범위가 일반적 인식보다 넓다”며 “연예인도 감정노동자”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감정노동의) 사회적 비용이나 파급 효과가 크다”며 “신체노동과 감정노동을 구분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감정노동 보호를 위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얘기였다.

서비스업 중심으로 한국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업무를 위해선 감정 절제가 요구되는 감정노동자도 급증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차지한다. 전체 고용인구 중 70%는 서비스산업 종사자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감정노동자의 규모는 약 80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과 제도적 미비로 인해 감정노동자는 인권 침해나 정신적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이다.

감정노동 피해 보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회에 제출된 감정노동자 보호법 처리는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정치권 쟁점 법안에 밀려 법안 통과가 미뤄지는 탓이다.

1월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감정노동 관련 법안은 총 5개다. 법안들은 최소 11개월에서 최대 1년 5개월 전 발의됐지만 긴 시간 동안 처리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주요 현안에 밀려 심사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월에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감정노동자가 고객의 폭언ㆍ폭행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안을 제정할 것"이라며 조속한 법안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각종 쟁점 법안 논의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감정노동자 보호법 처리가 미뤄지는 만큼 감정노동 피해 또한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환노위의 한 입법조사관은 “근로기준법 같은 쟁점 법안 때문에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뒤로 밀렸고 소위원회에서도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노동계가 처리를 요구하는 중점 사안”이라며 “따라서 쟁점 법안이 처리된 뒤 다시 얘기는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상임위에서 여야 갈등이 심하면 일반적인 법안들은 협상테이블에 오를 기회도 얻지 못한다. 입법 주체인 국회의원이 모두 쟁점 사안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전력하면서 상대적으로 이견 대립이 적은 법안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일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임명호 교수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통과되면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대와 함께 실질적인 지원을 위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며 “(감정노동자 보호가) 향후 교육 차원에까지 이른다면 예방적 차원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이 실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현지호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4)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의 빈소.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의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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