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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권리 행사 이해” “아이 급식 볼모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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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권리 행사 이해” “아이 급식 볼모 너무해”

입력
2017.06.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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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이틀간 파업

전국 1,929개 학교 급식 중단

“똑같은 엄마들인데 오죽하면…”

학교 현장 지난해보다 차분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 첫날인 29일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 대신 학교측이 준비한 빵과 음료, 과일을 점심으로 먹고 있다. 배우한기자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 첫날인 29일 경기 수원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 대신 학교측이 준비한 빵과 음료, 과일을 점심으로 먹고 있다. 배우한기자

“어제 부모님이 이야기해 주셔서 급식이 아니라 빵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아쉬웠어요.“ (수원 Y초교 2학년 최모양)

“지난해 파업 때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민원은 없었습니다. 정당한 권리 행사이고 예고도 했던 만큼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서울 B고교 교감)

29일 오전 11시 50분 경기 수원 Y초등학교 급식실 테이블에는 초코소라빵, 사과주스, 꿀떡, 약과, 자두가 놓였다. 당초 식단은 현미찹쌀밥, 낙지수제비국, 치즈불닭, 배추겉절이 등이었지만, 급식실 조리사와 조리실무사 4명 중 2명이 파업에 나서면서 학교에서 350명분의 대체식을 준비한 것이다.

이날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조원들이 수당 등의 인상을 요구하며 이틀간의 파업에 나섰다. 교육부는 전국 1만2,518개 국공립 초ㆍ중ㆍ고 가운데 28.5%인 3,294개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1만4,991명이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돌봄전담사, 교무보조원 등도 파업에 나섰으나 체감이 가장 컸던 것은 아무래도 급식조리원들의 파업이었다. 이날 전국 1,929개교의 급식이 중단됐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은 비교적 차분한 편이었다. 예고된 파업이고, 정당한 권리 행사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다만 학교에서 대체식을 준비하지 않은 경우, 도시락을 싸야 하는 불편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급식실이 아닌 교실에서 밥 대신 빵과 음료를 받아든 Y초교 6학년 이모군은 “파업 때문에 오늘 하루는 밥 대신 빵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 괜찮지만 계속 급식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건 안될 것 같다”면서 “조리원들이 빨리 돌아와서 밥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주모씨는 “평소에 안 싸던 도시락을 갑자기 싸게 돼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파업에 나서는 분들도 엄마일 텐데 오죽하면 파업을 할까 싶어 오늘 하루만 고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도시락 지참을 결정했던 일부 학교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올해는 대체식을 제공했지만, 515개교는 여전히 개인 도시락을 지참하게 했다. 단축수업을 한 학교는 159개교였고, 106개교는 급식이 필요 없는 현장방문, 체육행사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도시락을 지참하게 한 인천 한 고등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로부터 ‘인근 학교는 급식하는데 왜 우리 학교만 도시락을 싸야 하느냐’는 민원이 여럿 제기됐다”고 전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김모씨는 “아이들의 밥이니까 일어나는 시간을 앞당기면서 도시락을 준비했지만 의무(급식)도 다하지 않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학교 비정규직노조 측은 파업 불가피성을 호소했다. 방종옥 학비노조 정책국장은 “지난해 파업에 비해 학부모들의 항의전화도 덜 하고 지지하는 분위기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줄이는 원칙은 교육기관인 학교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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