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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상자 열자 ‘나사못 폭탄’ 펑… 캠퍼스 혼비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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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상자 열자 ‘나사못 폭탄’ 펑… 캠퍼스 혼비백산

입력
2017.06.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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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동기 “학점 때문 아니다, 앙심 여부 조사 중”

출입문 앞 상자 든 쇼핑백

교수가 여는 순간 텀블러 터져

화약 일부 연소… 생명 지장 없어

한때 경찰특공대ㆍ탐지견 파견

대학생 등 30여명 대피 소동

주변 건물 기말고사 강행해 비난

13일 오전 서울 신촌의 연세대 1공학관 건축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경찰 관계자들이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신촌의 연세대 1공학관 건축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경찰 관계자들이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테러용으로 의심되는 사제폭탄이 13일 연세대 신촌캠퍼스 연구실에서 터져 교수 한 명이 부상하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가 해당 학교 대학원생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더했다. 기말고사가 한창인 캠퍼스는 학생들이 황급히 건물에서 뛰쳐나오고, 무장한 경찰특공대에 탐지견까지 급파되면서 공포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날 등굣길 평온함이 깨진 건 오전 8시40분쯤 기계공학과 김모(47) 교수가 제1공학관 4층 자신의 연구실 출입문에서 의문의 종이상자를 발견하면서부터다. 김 교수가 연구실로 들어가 종이상자를 여는 순간 안에 있던 텀블러가 갑자기 폭발했다. 손, 목, 가슴 등에 1~2도 화상을 입은 김 교수는 곧바로 112 등에 신고한 뒤 인근 세브란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용의자 김모(25)씨는 이날 오전 7시27분쯤 폭탄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백팩을 메고 4층을 오가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김씨는 애초 경찰 조사에서 “연구를 위해, 잠을 깨기 위해 잠깐 학교에 들렀다”고 범행을 부인했으나, 김씨가 거주지 주변에서 폭발물을 만졌을 때 사용한 장갑을 버리는 모습이 CCTV에 찍힌데다 수거한 장갑에서 화약 성분이 나온 점을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살고 있는 학교 인근 하숙집에서 폭탄을 만든 것으로 보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정신 병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군경은 신고 접수 즉시 대테러요원 100여명을 급파해 현장 접근을 차단하고, 4층에 있던 300여명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 사고가 발생한 제1공학관 주변에 경찰특공대와 폭발물분석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은 물론 폭발물 탐지견까지 현장에 긴급 투입됐다. 군 당국과 국가정보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각각 위험성 폭발물 개척팀(EHCT) 20명과 테러정보통합센터(TIIC) 인력까지 동원, 연구실 주변 및 교수실, 강의실 등에 대해 추가 폭발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했다.

김 교수가 “다른 사람의 원한을 살 만한 일은 없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음에도, 사건 초기부터 김 교수를 겨냥한 보복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해당 폭발물은 외국 대학 로고가 찍힌 텀블러 안에 길이 5㎜의 나사못 수십 개를 뇌관과 함께 담아둔 일명 ‘못 폭탄’으로, 화약 일부만 연소하면서 나사 못이 튕겨나가지 않아 김 교수의 부상이 덜했다. 사제폭탄이 제대로 터졌다면 파편 역할을 하는 나사못에 자칫 큰 일을 당할 뻔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텀블러 안 나사가 비산(飛散)되지 않아 사실상 폭발 실패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학 측의 안이한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제1공학관에서 추가적인 폭발물 설치 여부를 탐지하는 동안 연결된 주변 건물에서는 기말고사를 예정대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산업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의 기말고사가 치러진 제4공학관은 제1공학관과 서로 연결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사고 직후 제1공학관 정문과 측면 출입구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진 반면, 후문은 열린 채로 방치돼 출입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내방송을 하고 문자를 보내는 등 2, 3중으로 공지했는데도 누락된 부분이 생겼다”며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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