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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옥신 검출된 캠프 마켓, 이번엔 미군에 정화비용 받아낼까

입력
2017.11.21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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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해물질 먼저 공개 첫 사례

1g으로 2만명 살해 유독성 물질

기준치 10배 넘는 지점도 나와

납, 비소 등 중금속도 다량 검출

총 대상기지 80개 중 54개 반환

그 중 24곳 정화비용만 2000억 넘어

미군 책임 묻는데 또 실패하면

유류 오염 용산기지는 더 난망

장정구 인천시민단체연합 운영위원장이 지난 17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반환 협상이 진행중인 미군기지 캠프 마켓(Camp Market)의 다이옥신 검출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장정구 인천시민단체연합 운영위원장이 지난 17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반환 협상이 진행중인 미군기지 캠프 마켓(Camp Market)의 다이옥신 검출 지역을 가리키고 있다.

“저기 기지 경계 부분이 뾰족하게 튀어 나온 지역 보이죠? 다이옥신이 대량으로 검출된 곳인데 얼추 1,000㎡ 정도 됩니다. 지하 5m 깊이에서도 나온 걸 보면 최소 20g 이상의 다이옥신이 있을 걸로 추정되는데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양입니다.”

지난 17일 인천 부평구 산곡동의 한 15층 아파트 옥상으로 기자를 안내한 장정구 인천시민단체연대 운영위원장은 ‘아파트 숲’ 가운데 자리잡은 미군기지 캠프 마켓(Camp Market)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주둔하는 주한미군은 2만8000명 가량. 이들은 크고 작은 수많은 기지에 주둔하고 있다. 국내 주둔지 전략이 바뀌면 일부 부지를 반환하고 새로운 부지로 옮긴다. 주한미군이 머문 곳은 뒤늦게 심각한 오염이 드러나곤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환된 54곳 중 미국이 정화비용을 댄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오랜 기간 이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우리 정부는 미군과의 협상에서 늘 약자였다.

캠프 마켓이 던져준 충격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은 1951년 조성된 후 주한미군의 군수품재활용센터(DRMO) 시설이 위치했으며, 현재 우리 정부가 부지 반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와 미군은 2015년부터 측정해온 이곳의 환경현장조사 결과를 지단 달 27일 발표했다. 총 33개 지점을 조사한 결과, 7개 조사지점의 토양시료에서 1군 발암물질 다이옥신의 농도가 기준치인 1,000pg-TEQ/g을 초과했고 이 중 한 곳은 최대 1만347pg-TEQ/g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pg란 1조분의 1그램을, TEQ란 200여 종이 넘는 다이옥신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종을 기준으로 환산한 값을 말한다.

주로 유독물질을 소각할 때 생기는 다이옥신은 1g으로 2만명 가량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기지에서는 납, 비소, 아연 등의 중금속도 다량 검출됐다. 캠프 마켓의 다이옥신은 부대 내 DRMO에서 과거 미군이 국내로 반입한 유독물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 위원장은 “미군과 우리 정부가 맹독성 유해물질의 존재를 먼저 인정한 유일한 곳”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가 협상에서 밀리면 더 이상 주한미군에게 환경오염의 책임을 물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는 시민단체들이 일부 기지 오염 정도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내서 정보가 일부 공개되곤 했으며, 정부가 먼저 정보를 공개한 곳은 캠프 마켓이 처음이다.

54곳의 미군기지 반환, 한번도 정화 비용 못 받아

우리 정부가 용산기지이전협정(YRP) 및 연합토지관리계획(LPP) 체결을 통해 미군으로부터 반환 받기로 한 기지는 캠프 마켓을 비롯해 총 80개. 현재까지 54곳이 반환됐다. 정부는 반환기지 중 29곳은 오염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24곳은 국방부가, 나머지 한곳은 국토교통부가 정화작업을 마쳤다고 밝혔다.

정부가 2001년 1월 미군과 체결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는 미군 측에 의해 야기된 ‘인간건강에 대한 공지의(이미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인 경우에만 미군이 환경 오염을 치유한다고 규정했다.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양측은 2009년 KISE 조항의 세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공동환경평가절차(JEAP)’에 합의했지만 미군이 제공하는 기본 정보에 국한된 평가만 가능해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 2010년 우리 정부와 미군은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Camp Hialeah)에 대해 공동환경평가절차를 진행해, 오염 면적이 전체 규모(53만5,000㎡)의 0.26%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반환 받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지방자치단체의 정밀조사 결과, 오염면적은 약 18%에 달했고 당초 3억원으로 예상했던 정화 비용은 143억원으로 불어났다. 비교적 최근에 반환된 경기 동두천시의 캠프 캐슬(Camp Castle)의 정화비용 역시 197억원에 달했다.

미군이 2007~2015년 반환한 24개(약 2,836만m2)) 기지를 정화하는 데 국방부가 투입한 예산은 총 2,099억원. 향후 반환하기로 한 부지까지 포함해 반환 예정 80개 기지의 총 면적이 1억7,785만m2임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추가 정화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이다.

캠프 마켓 오염, 미군 책임 인정되느냐가 관건

전문가들은 반환 예정인 26개 기지, 특히 조만간 시작될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 협상에서 환경오염 문제 등에 제대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미군에게 반드시 캠프 마켓의 오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수연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부평 협상은 최초로 KISE 조항이 인정되느냐를 두고 중요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다이옥신까지 나왔는데도 실패한다면 유류 오염이 많은 용산 기지의 경우 협상이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리하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환경분과위원회에서 우리 정부 측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관계자는 “힘겹게 미군 측 동의를 받아 캠프 마켓의 오염 실태를 공개하긴 했지만 아직 미군이 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협상이 장기화되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글ㆍ사진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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