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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바짝 껴안는 文대통령 "높은 산봉우리" "중국몽, 모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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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바짝 껴안는 文대통령 "높은 산봉우리" "중국몽, 모두의 꿈"

입력
2017.12.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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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大 연설문은 '親中코드'…삼국지ㆍ칭따오맥주ㆍ中流 거론

"중국, 주변국과 어울려야 빛나…한국, 작은 나라지만 중국몽 함께할 것"

다양한 한중 역사ㆍ한자성어 동원하며 공감대 형성 노력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이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른쪽은 린젠화 베이징대 총장과 하오핀 당서기. 베이징=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중국 베이징대학교를 방문해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이 연설에는 교수와 교직원, 학생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른쪽은 린젠화 베이징대 총장과 하오핀 당서기. 베이징=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베이징대에서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는 중국과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깊은 문 대통령은 한중 간의 우의를 보여주는 역사의 사례를 대거 인용했고 젊은 세대들이 자주 찾는 중국 맥주와 안주까지 언급하면서 중국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연설문 곳곳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대국"이라고 치켜세우고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지칭하면서 중국이 주변국을 보다 넓게 포용해줄 것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우리나라와 베이징대의 인연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근대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 중에 베이징 대학 출신이 있다"며 "2910년대 베이징대 사학과에서 수학한 이윤재 선생은 일제에 맞서 한글을 지켜내 나라를 잃은 어두운 시절 빛을 밝혀 주었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가 수천 년에 걸친 우호 친선의 역사 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역사적 사례가 줄줄이 이어졌다.

베이징을 다녀 온 후 '북학의'를 쓴 18세기 실학자 박제가를 비롯해 같은 시기 엄성, 육비, 반정균 등 중국 학자들과 천애지기(天涯知己,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 알아주는 각별한 친구)를 맺었다는 학자 홍대용도 등장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여름 우리나라에서 열린 중국의 세계적 화가 치바이스의 전시를 소개하면서 "치바이스의 10권짜리 도록 전집을 보고 두 나라 사이의 문화적·정서적 공감의 깊이를 느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은 지금도 매일 같이 중국 문화를 접한다"며 "많은 소년이 '삼국지연의'를 읽고 청년들은 루쉰의 '광인일기'와 '아큐정전'을 읽는다"고 강조했다.

관우를 모신 사당인 서울의 동묘, '논어'와 '맹자',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이백과 두보·도연명의 시도 빼놓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자신이 '삼국지연의'를 좋아한다고 밝히고 유비가 백성을 이끌고 신야에서 강릉으로 피난 가는 장면을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적에게 쫓기는 급박한 상황에서 하루 10리 밖에 전진하지 못하면서도 백성들에게 의리를 지키려는 유비의 모습은 '사람이 먼저'라는 저의 정치철학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한류가 유행하지만 한국 내 '중류(中流)'는 더 오래 되고 폭이 넓다"면서 "한국의 청년들은 중국의 게임을 즐기고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양국이 함께 번영하고 개방적이었을 때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당나라와 통일신라, 송나라와 고려, 명나라와 조선의 예를 들었다.

한중이 공유하는 항일의 역사도 대거 소개됐다.

"윤봉길의 훙커우공원 거사로 한국의 항일운동이 중국과 더 깊게 손을 잡게 됐다"고 한 문 대통령은 "루쉰공원으로 이름을 바꾼 훙커우공원에 윤봉길을 기념하기 위해 '매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조성됐는데,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진린 장군을 함께 기리는 사업, 진린 장군의 후손들이 한국에 산다는 점, 중국 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한국의 음악가 정율성을 기념하는 '정율성로'도 언급됐다.

문 대통령은 "마오쩌둥 주석이 이끈 대장정에도 함께한 조선청년 김산은 '신흥무관학교' 출신으로, 그는 연안에서 항일군정대학의 교수를 지낸 중국공산당의 동지"라며 이틀 전 김산의 손자인 고우원 씨를 만난 일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가 역지사지하며 서로를 알아주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왕안석의 시 '명비곡'의 한 구절인 '인생락재상지심(人生樂在相知心, 서로를 알아주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다)'을 인용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막판 "여러분의 도전 정신이 중국과 한국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할 때도 루쉰의 '고향'에 나오는 구절인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으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를 소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문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중국의 위상을 의도적으로 높여세우면서 한국과 협력적 관계를 강화하자는 메시지를 강조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며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런 면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더 많이 다양성을 포용하고 개방과 관용의 중국정신을 펼쳐갈 때 실현가능한 꿈이 될 것"이라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국이 법과 덕을 앞세우고 널리 포용하는 것은

중국을 대국답게 하는 기초"라며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을 신뢰하게 하고 함께 하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중국을 치켜세우고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중국이 북핵과 한반도 문제 등 동북아 현안에 있어 보다 책임있는 역할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완곡어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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