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형 요동 불가피
통합파들엔 예상 못한 악재
독일 메르켈 총리 자중지란 위기감
프렁스서도 ‘르펜 당선 가능’ 예측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EU 회원 각국 정치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특히 브렉시트를 촉발한 이민자 문제는 향후 정치 일정에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 난민사태를 기점으로 반(反) 이민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반 이민 정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극우정당의 부상이 뚜렷해지는 추세 속에 유럽의 정치 지형은 이민자 문제로 또 한번의 요동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난민 포용정책을 펼쳤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독민주당(CDU)은 내년 2월 실시 예정인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반 이민을 기치로 내건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올 3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제3 당으로 부상한 반면 기독민주당과 연정 파트너인 기독사회당(CSU),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은 시간이 갈수록 곤두박질 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정 파트너 3당의 총 지지율 합계가 49%를 기록, 메르켈 집권 이후 처음으로 과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당들은 자중지란에 빠지며 연정이 붕괴될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기독사회당의 호르스트 시호퍼 바이에른 주총리가 최근 메르켈 총리의 난민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자 기독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연정 파기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가 시호퍼 주총리를 비공개로 만나 상황을 가까스로 수습하기는 했으나 브렉시트 국면을 타개하지 못할 경우 3선 연임을 이어가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향후 거취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반면 ‘독일을 위한 대안’은 이번 브렉시트로 힘을 얻으면서 내년에 연방의회 진출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이번 브렉시트를 내년 4월 대선을 앞둔 정치적 호재로 여기며 환호하고 있다. 2014년 창당한 국민전선은 그 동안 프랑스 실업률 상승과 파리 테러 등의 원인을 이민자 유입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지지층을 넓혀왔다. 이에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를 통해 이민자 유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공약을 내세웠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론조사를 보면 르펜 대표는 내년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로 2차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브렉시트로 분위기가 고조되면 르펜의 대통령 당선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에서는 이민 유입 제한 등을 주장하는 민주당(SD)이 지난해 말 지지율 1위를 기록했고, 덴마크에서도 국민당(DPP)이 제2 정당으로 올라서는 등 강화된 반 이민 정서를 바탕으로 극우정당들이 유럽 각국에서 주요 정당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오스트리아에서는 지난달 22일 치러진 대선에서 난민 혐오를 외쳐 온 자유당(FPOe)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1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0.6%포인트까지 바짝 따라 붙어 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 탄생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FT는 “극우 정당들의 부상은 유럽의 급격한 정치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도 좌파 또는 중도 우파 내의 이념 지형에 있던 기존 주류 정당들은 지지율 유지에 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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