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납품비리 때 내사종결
7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檢 “사장 재임 중 개인비리 조사”
고재호 사장 시절 분식회계 규모
5조4000억원으로 잠정 결론
“목표실적 맞추려 원가 숫자 조작”
대우조선해양 비리의 정점에 있는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남상태(66) 전 사장이 27일 검찰에 출석한다. 2009년 대우조선 납품비리 사건 때에도 각종 비리 의혹이 제기돼 수사선상에 올랐던 그는 당시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없이 내사종결 처분을 받았지만, 결국 7년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남 전 사장 후임인 고재호(61) 전 사장이 재임했던 2012~2014년 대우조선에서 빚어진 분식회계 규모는 5조4,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7일 오전 9시30분 남 전 사장을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다고 26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남 전 사장 재임시절(2006년 3월~2012년 3월)의 개인 비리가 조사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대학동창인 정모(65ㆍ구속)씨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포착해 수사를 벌여왔다. 그는 2007~2008년 정씨가 운영하는 휴맥스해운항공의 자회사 두 곳에 선박블록 운송 독점권을 주고, 정씨의 해외법인 TㆍM사로 흘러간 이익금의 일부를 되돌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대우조선이 2009년 10월 인수한 부산국제물류(BIDC)의 지분 46.36%를 정씨의 다른 싱가포르 법인 SㆍN사가 넘겨받은 것과 관련, 남 전 사장이 N사 등의 차명지분을 소유하는 수법으로 6억원대의 주주배당금을 챙긴 사실도 확인했다. 남 전 사장은 BIDC가 매년 15~50%의 고율 배당을 실시하도록 하고, BIDC를 육상ㆍ해상운송 거래의 중간업체로 끼워 넣어 120억원대의 손해를 대우조선에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남 전 사장이 건축가 이창하(60)씨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이씨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전무로 영입된 후 자회사인 디에스온의 실소유가 됐는데, ▦오만 선상호텔 사업 ▦서울 당산동 사옥 매입 등의 일감을 수주한 뒤 비자금을 마련, 남 전 사장에게 상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범행도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재임했던 3년간 대우조선에서 벌어진 회계사기 규모가 순자산(자기자본) 기준으로 총 5조4,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조원 정도 규모다.
대우조선은 성과급 배당이나 경영진 평가를 좌우하는 목표실적을 맞추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예정원가를 축소한 뒤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을 과대계상하는 수법을 썼는데, 목표치의 영업이익이 나올 때까지 아무 숫자나 입력해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원가를 조작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대우조선은 이렇게 재무구조를 허위로 꾸민 뒤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금융권에서 사기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2012년 3월~2015년 3월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김갑중(61) 전 부사장을 이러한 혐의로 전날 구속했으며, 조만간 고 전 사장도 불러 분식회계 지시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남 전 사장 재임기의 분식회계에 대해 검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 규모를 확정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공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서 조직적인 대규모 회계 사기가 있었다는 것은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며 “회계 사기 범행의 전모 규명을 목표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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