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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더 힘든데” 기대 접은 부모세대

입력
2017.05.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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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가벼워진 효(孝) 관념은 부모 세대에겐 비극일 수도 있다. 부족한 노후 준비, 길어진 노년이 어깨를 짓누르는 상황에서 예전처럼 자식에게 기댈 수도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와 부양에 관한 의식이 변한 것은 부모 세대도 마찬가지다. 20대를 자녀로 둔 부모세대들은 이 시대의 바람직한 효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취업 준비에 한창인 20대 자녀 2명을 둔 박모(51)씨는 “그저 우리 부부가 해외여행 갈 때 자식들이 조금의 경비만 보태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 주변에는 자녀에게 신용카드까지 받았다며 자랑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사상 최고의 취업난과 맞벌이 부부의 출산ㆍ육아 부담까지 감안하면 자녀에게 큰 효도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예전처럼 자식에게 부모의 노후 생활비까지 책임을 지우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느냐”며 “자식들이 제 앞가림하면서 사는 것을 보고 가끔 용돈 받는 재미라도 느낄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고 강조했다.

위로는 부모 봉양, 아래로는 자식 뒷바라지까지 평생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던 부모 세대 중엔 같은 경험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이도 많다. 전업 주부 이모(57)씨는 “우리 세대는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자녀 사교육에 쏟아 부어 노후 준비가 부실하다“며 “그러나 ‘N포세대’(경제적 압박으로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세대)’가 더 딱하다는 생각에 제사조차 물려주는 게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미 부모 세대들은 자녀와 함께 살기 보단 별거하면서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핵가족화가 확산되고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지면서 과거 대가족이 많던 시대 보다 부부 중심의 가족 관계가 정립됐기 때문이다. 미혼인 자녀 2명과 함께 살고 있는 김모(59)씨는 “자식, 부모에게 들인 시간과 노력을 노후에는 자유로운 사생활, 취미 활동으로 보상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전문가들도 부모-자녀 세대의 의식이 달라진 만큼 효 사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자녀 간 관계는 꼭 물질적 지원과 부양만이 오가야 하는 것은 아닌데다 고도 경제 성장기를 보낸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며 “아프거나 외로울 때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게 21세기 바람직한 효의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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