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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주권 한인 “입국심사 거부 당해”… 노르웨이 前 총리는 억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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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주권 한인 “입국심사 거부 당해”… 노르웨이 前 총리는 억류

입력
2017.02.0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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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전력만으로도 추방되자

고국 방문·휴가 등 출국 자제하고

한국 국적 포기 시민권 신청 급증

본데비크 前 총리 美 공항서 조사

2014년 이란 방문 문제 돼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친 여행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을 규탄하는 시위대 사이를 빠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마친 여행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을 규탄하는 시위대 사이를 빠져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여파가 미국의 200만 한인사회까지 흔들고 있다. 영주권자인데도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한국으로 추방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신분불안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려는 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8년 전 영주권을 땄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해온 A씨는 트럼프 행정명령 이후 이민 변호사에게 시민권 신청 절차를 문의한 뒤 서류를 준비 중이다. 영주권 취득 후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기록 때문이다. A씨는 “지금까지는 별일이 없었지만, 한국 방문 후 입국심사 과정에서 이 기록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마침내 영주권을 얻어 가족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가려던 B씨도 주위의 만류로 계획을 취소했다. B씨는 “한국은 행정명령 대상국은 아니지만, 미국을 떠난 뒤 재입국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전종준 변호사는 “범죄경력이 있는 영주권자의 경우 심사관 재량으로 미국 입국이 거부될 수 있으며 실제로 최근 몇몇 한인 영주권자의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행정명령이 시행된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워싱턴 덜레스 공항으로 입국하던 한 영주권자가 음주운전 기록 탓에 한국으로 돌려 보내졌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명령 이후 입국 심사관들이 ‘완장’이라도 찬 듯 고압적으로 대하고 있으며 결격 사유가 없는 영주권자도 2차 심사로 넘겨지는 빈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늘어나던 시민권 신청 문의도 행정명령이 나온 뒤 급증하고 있다. 역시 워싱턴에서 이민전문으로 활동하는 조형진 변호사는 “영주권만 갖고는 신분이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의 건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도 “트럼프 정권의 속성 상 까다로운 입국심사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 문의가 오면 미국을 떠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우려는 미국에 단기 체류 중인 상사 주재원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4년 임기로 미국에 파견 근무 중인 C씨는 “겨울 휴가를 따뜻한 멕시코 휴양지에서 보내려고 했지만 행정명령 이후 미국 국경을 넘지 않는 일정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현상은 주재원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불안감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증폭시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입국거부 대상국을 늘릴 수도 있으며 한국 단기 여행객에 대한 무비자 혜택을 없앨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한인 사회가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기원 대한항공 워싱턴공항지점장은 “행정명령 때문에 한국 여행객에 대한 심사가 더욱 강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며 “한국 여행객들이 입국 심사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지만 그 비율은 예년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현지 한인 불법체류자나 유학생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편 셸 망네 본데비크 노르웨이 전 총리도 행정명령 시행 여파로 미국 공항에서 1시간 동안 억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본데비크 전 총리는 2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 참석차 지난달 30일 워싱턴공항에 도착했지만 2014년 이란 방문 기록이 문제가 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방문은 인권콘퍼런스 연설을 위한 목적이었다. 그는 미국 ABC7 방송에 “내가 전직 총리이고 미국에 아무런 위협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즉시 입국을 허가 해야 했지만 그들(공항 직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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