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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조언자' 내세운 박 대통령, 소통 정치로 방향 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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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조언자' 내세운 박 대통령, 소통 정치로 방향 트나

입력
2015.02.2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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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새누리 투 톱과 인연 깊어, 뛰어난 정무감각… 野 인사와도 친분

국정 전반 주도권 움켜쥐기 대신 당정청·對野관계 적잖은 역할 기대

이병기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정부의 ‘포스트 김기춘’ 시대를 책임지게 됐다. 이 실장의 업무 스타일과 전문분야로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평가는 이 실장이 당정청 소통과 대야관계 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朴, ‘포스트 金’ 국정운영 변화 가능성

여권 안팎에선 ‘이병기 청와대 체제’가 전임자인 김기춘 전 비서실장 때와는 적잖은 차이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 실장의 업무 스타일이 정무ㆍ정책분야를 틀어쥐었던 김 전 실장과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직업외교관 출신인 이 실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숨은 조언자’에 가깝다. 2004년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후 그는 사실상의 ‘정치 멘토’였다.

그렇다고 이 실장이 단순한 그림자에 머물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는 1985년 민정당 총재보좌역으로 정치에 뛰어든 뒤 이회창ㆍ박근혜 대선후보의 핵심참모를 맡았을 만큼 정무감각이 뛰어나다. 외교안보ㆍ정보분야와 남북문제에서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 지난 2년간 주일대사와 국정원장을 지내는 등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야권 인사들과의 친분도 상당한 편이다.

김 전 실장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 실장을 기용한 것 자체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을 통해 청와대가 국정 전반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던 것과는 달리 새누리당ㆍ정부와 협력하고 소통하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 실장은 당정청 소통과 대야관계 개선에 있어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실장의 ‘파워’가 김 전 실장에 비해 다소 약화할 것이란 전망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실질 권력의 한 축인 검찰ㆍ민정라인과의 고리가 약하다. 또 정책조정수석실 신설로 전반적인 정책현안 총괄 기능은 이미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이 또한 비정상의 정상화 속에서 해석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후속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후속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黨政靑 소통 원활, 對野관계도 숨통 기대

이 실장 임명은 당정청 소통과 대야관계에 있어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우선 여권 입장에서 보면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가 당청관계 조정을 모색하는 시기란 점에서 한결 부담이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이 당 중심의 당청관계를 요구하더라도 이 실장은 충돌보다는 조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누리당 ‘투 톱’과 이 실장 모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 정치적 동지였고,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 대통령 곁에서 호흡을 맞춘 ‘원박’ 멤버다. 김 대표나 유 원내대표로서는 김 전 실장을 대할 때와 같은 껄끄러움이나 어려움이 덜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정청 간 가교의 실무역할은 조윤선 정무수석과 함께 주호영ㆍ윤상현ㆍ김재원 의원 등 정무특보단이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ㆍ김 의원은 친박계 핵심이면서도 비주류 투 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주 의원은 계파색이 비교적 엷다. 이완구 총리와 최경환ㆍ황우여 부총리 등이 내각을 이끌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향후 당정청관계는 한층 탄탄해질 공산이 크다.

야권이 이 실장 인선을 “사상 유례없는 잘못된 인사”라고 맹비난했지만, 청와대의 대야관계 역시 이전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야권은 이 실장의 국정원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국정 경험을 평가하고 정치적 중립에 대한 기대를 표하며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인선에 대한 비난도 사상 유례없는 현직 정보기관 수장의 발탁이라는 점에 맞춰져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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