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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무엇을 약속할 것인가

입력
2017.04.0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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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특정후보의 지지자라면 누구를 뽑을 것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지만 부동층 유권자라면 고민에 빠지게 마련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인물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후보가 한 국가를 이끌 만한 인품과 경륜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는 중요한 요소이며, 또 다른 중요한 요소가 정책이다.

잠룡에서부터 후보까지의 과정을 거치면서 인물검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공약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산발적으로 후보들의 입장이 발표되고 있지만 주요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들이 정리되어 제시되지는 않고 있다. 발표된 일부 공약도 인물검증에 비해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공약의 자리를 메운 것이 이념과 지역이다. 특정지역을 나누어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을 정하고 갈등을 통해 득표하는 선거전략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만 보수 또는 진보가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보수와 진보가 함께 살고 있으며, 한 가족 내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있다. 일부 후보의 경우는 망국적 지역감정에 기대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요즘에는 우리가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산적해 있다. 사드와 북핵을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청년실업, 가계부채, 저출산,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한 미래성장동력의 확보 등 다양하다. 각 후보 진영에서 공약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단편적이고 달성가능성과 효과 면에서 모호하다는 것이다.

공약은 효과와 효율은 물론 이익의 균형이 조화된 결과이어야 한다. 이익단체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후보들에게 정책마련과 재정지원 등 관련된 이해에 부합한 공약을 해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불합리하고 부당한 제도와 정책이라면 당연히 개선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각 지역의 개발계획도 이를 모두 들어주자면 한정된 재원으로는 어림없다. 결국 자원의 배분을 두고 이해가 충돌하게 되며, 공약은 그 갈등 가운데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공약은 관련 정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청년실업의 해결은 단순히 일자리의 수량적 창출과 금전적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와 지원은 비정규직이거나 한시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재정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기업투자, 노동시장 구조개선, 대ㆍ중소기업의 관계 재정립, 교육시스템의 변화, 신성장동력의 확보 등과 연결되어 있다. 1,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문제도 대출규제 강화와 신용회복만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 교육수요, 성장, 일자리의 안정성, 임금의 크기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공약은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큰 맹점은 선거권이 있는 국민의 이익이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이다. 선거권이 없는 또는 앞으로 태어날 미래세대의 이익은 선거에서 배려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세대들이 갈수록 어려운 도전환경을 맞는지도 모른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긴 호흡을 가진 공약을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에서 공약은 불만족스러웠으며,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짧은 선거기간에 완성도가 높은 공약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허용된 여건 하에서 가장 최선의 공약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언론도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을 적극적으로 알려주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다. 따라서 권력을 맡긴 국민들에게 그 힘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약속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후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약속할 것인가? 남은 한 달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보여주기 바란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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