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핵심 현기환 정무수석
활동 함께 했던 황영철 등과 만찬
‘혁신모임’ 역할 커질 가능성
새누리 4선 이상 당선자 모임선
비대위 문제 등 논의 결론 못 내
청와대가 새누리당 쇄신파가 내놓는 쓴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나섰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18대 국회 당시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활동을 함께 했던 비박계 김성태ㆍ황영철 의원 등과 회동한 것이다.
황 의원은 4ㆍ13 총선 패배 이후 당 쇄신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새누리당 혁신모임’(가칭)의 주역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3년 만에 개최하는 언론사 국장단 초청 간담회를 하루 앞두고 정무수석이 당 쇄신파와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민본21 출신 전ㆍ현직 의원들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열고 총선 이후의 새누리당 진로 등을 논의했다. 당초 박민식 의원 등 20대 총선 낙선자를 위로하는 성격이 강했으나, 현 수석이 황영철 의원, 주광덕 당선자 등 새누리당 혁신모임 멤버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당 쇄신 방안 등에 대한 의견교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장의 외부인사 영입 필요성, 탈당 후 무소속 출마로 당선된 인사들의 복당 문제 등도 자연스레 화제에 올랐다고 한다.
민본21은 지난 2008년 18대 국회 개원 당시 개혁 성향 초선 의원들이 만든 모임으로 ‘미래연대’(16대), ‘새정치수요모임’(17대) 등 당내 쇄신파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20대 총선을 통해 김성태ㆍ김세연ㆍ황영철 의원 등이 3선 중진으로 성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국민의당으로 자리를 옮긴 김성식 당선자도 민본21 출신이다.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당ㆍ청이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새롭게 달라져야 하고, 이를 위해 당내 화합이 최우선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면서도 정치적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민본 21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친박계 핵심인 현 정무수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당내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 내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친박ㆍ비박계라는 단순 구도를 넘어서는 데 혁신모임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실제로 20대 총선 참패 이후 친박계 내에서 내부 분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장 원내대표 선출 문제를 두고도 내부에서 입장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원유철 원내대표 주재로 4선 이상 당선자 모임을 통해 차기 원내대표 합의 추대 여부 및 비상대책위원장 겸임 문제를 논의키로 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친박계 내에서는 당초 차기 원내대표를 경선 없이 친박ㆍ비박계간 합의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원내대표로 비박계 의원을 합의 추대해야 향후 당권을 차지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친박계 내에서 후보 교통정리에 실패하면서 경선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은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관위원장에 4선 고지에 오른 신상진 의원을 임명할 예정이다.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 여부도 당선자 워크숍에서 결론 내리기로 했다. 원내대표 선출 일은 다음달 3일이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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