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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비핵화 시계의 태엽 다시 감아야

입력
2017.09.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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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야 한다”-오다 노부나가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해야 한다”-도요토미 히데요시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도쿠가와 이에야스

30대 혈기방장한 김정은은 ‘시끄러운 두견새’이다. 이런 김정은을 어떻게 침묵시킬 것인가를 두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가 않다. 부작용이 있어서이다.

‘오다 노부나가’ 방식은 얼핏 보면 쾌도난마이다. 이는 김정은을 제거할 경우 핵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허상이다. 첫째, 김정은의 동선을 어떻게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느냐이다. 미국의 최첨단 정보자산을 총동원하여 위치를 파악하려 도 김정은의 행방을 파악하기란 어렵다. 둘째, 내부자 협조 등으로 동선이 완벽하게 파악이 되었다고 해도 어떤 방법으로 예리하게 도려내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전면전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임무이다. 셋째, 김정은을 제거하더라도 북한 내 핵무기와 핵물질을 완벽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방식은 대북 제재라는 이름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제재의 효과는 도드라지지 않다. ‘역대 최강의 제재’라는 표현은 진부하다. 용수철은 누를수록 더 튀게 마련이다. 김정은이 딱 그 모양이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방식은 특히 미국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선호했던 대북전략이었다. ‘전략적 인내’가 그러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변화하려는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대화와 소통을 중요시 한 오바마의 ‘기다림의 미학’은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심하게 훼손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전략적 인내’ 간판은 망가졌다.

그렇다면 ‘화염과 분노’의 트럼프가 ‘로켓 ’ 김정은을 침묵 시키는 비책은 무엇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정책 4대 기조로 첫째,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모든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한다.’ 셋째,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넷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6차 핵실험이 있기 전 작성된 것들이라 셋째와 넷째 항목은 점차 빛이 바래지는 느낌이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듯이 그의 평소 기질로 보면 ‘오다 노부나’가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위험한 선택이다.

결국 한국이 물꼬를 터야 한다. 10월 하순 중국의 시진핑이 19차 당대회(5년마다 개최)에서 권력을 공고화하는 것을 최종적으로 결정짓고, 11월에 트럼프가 아시아를 순방하는 기회를 틈타 북한 비핵화로 가는 대반전의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비핵화 문제를 두고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면 대화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한 방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북한은 여섯 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비핵화 시계도 덩달아 멈추었다. 하지만 비핵화 시계의 톱니바퀴는 대화라는 태엽을 감은 만큼만 돌아가게 된다. 한국이 조용히 그 태엽을 감아야 할 때다. 누군가가 어깃장만 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부원장ㆍ북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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