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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식의 세상만사] 자주개발의 허실

입력
2014.10.2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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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부 과도한 압박으로 실패했지만

안정적 자원 공급 위해서는 불가피해

민간기업 앞세우고 정부는 측면지원만

국회 국정감사가 막바지다. 현재까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악의 부실 국감이란 평가를 면하기 힘들 듯하다. 예상은 했다. 세월호 정국 장기화와 제1야당 내부의 정치불안 때문이다. 국감 주역인 야당의원들이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그나마 작은 성과는 있었다. 지난 정부에서 적극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실상, 그리고 허술한 방산(防産) 장비 납품이 ‘군(軍)피아’와 직결됐음을 국민에 확인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집착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취임 전부터 MB의 소신이었다. 취임 직후 ‘광우병 사태’로 권력기반이 흔들린 그에게 실용외교, 특히 자원외교는 정치적 탈출구였다. 세계 곳곳에서 미래 먹거리의 기초인 광물자원을 확보한 성과는 국민눈길을 끌 만했다. ‘경제 대통령’ 기대에도 부합했다. 취지도 상식과 합치했다. 2008년 9월 ‘리먼 쇼크’로 세계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렸지만, 중국 요인만으로도 국제적 자원ㆍ에너지 수요의 팽창은 피하기 어려웠다. 어차피 수입에 의존하더라도, 자원시장의 교란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마땅했다. 자주개발을 통해 최소한의 통제력은 확보해야 했다. 중국과 일본의 해외자원개발 경쟁도 치열했다. MB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즉 자주개발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면 오히려 이상했다.

정책방향 제시와 그에 맞춘 민간활동 지원에서 그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정부가 산하 조직과 기관을 동원하고 압박했다. 보조적 상징장치도 공교로웠다. 동생의 대통령 취임으로 여론의 ‘1호 감시대상’이 된 이상득 전 의원은 ‘자원외교 특사’를 자임, 중남미를 돌았다. ‘왕수석’에서 ‘왕차관’으로 바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산업자원부) 차관의 아프리카 행도 잦았다. 한승수 국무총리까지 ‘자원외교 총리’로 불렸으니, 외교공관까지 할당된 실적을 채우느라 전전긍긍했다.

한국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공기업에 던진 의미는 달랐다. 특유의 활력을 살린 민간기업의 성장으로 ‘존속 가치’에 잇따라 의문이 제기되던 터였다. 임직원들의 일자리는 물론 낙하산의 착지(着地) 공간도 위협받던 때였다. 해외자원 개발은 내부 인사압력 해소와 존재가치 부각에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에 열을 올렸고, 오랜만에 정부의 칭찬도 받았다. 정밀 평가를 거치지 않은 ‘묻지마 투자’나 부실기업을 웃돈까지 얹어주며 사정하듯 지분을 인수한 게 우연이 아니다. 다행히 수익을 올리면 상여금 잔치가 가능하고, 거액을 잃어도 최소한 목은 유지할 수 있으니, 망설일 게 없었다. 이들 3개 공기업은 MB 정부 시절 27조원 가까이를 투자해 아직 3조7,000억원도 회수하지 못했다.

국감이 이런 자주개발의 실태를 확인한 것은 반갑다. 알 만한 사람은 대강 알았고, 정부도 이미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확대에서 내실화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렇지만 정책의 실패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를 국민 다수에게 똑똑히 알렸다. 정책 자체에 하자가 없더라도 추진 과정에서 얼마든지 변질될 수 있다.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의 태도가 최종 정책수행자들에게 그릇된 확신을 심는 순간 실패가 시작된다. 고집과 집착이 그래서 금물이다. MB 정부의 자원개발이 부실투성이라는 이유로 철저한 단절로 치닫는 것 또한 고집스러워 보인다.

자원ㆍ에너지 개발 사업은 원래 실패 위험이 크고, 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대신 성공하면 대박이다. 리스크 관리가 체질화한 민간기업조차도 수시로 손실을 내지만, 그렇다고 모험심 없이는 꿈을 이룰 수 없다. 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스미토모(住友)상사가 미국 셰일오일 개발 투자로 1,700억엔, 이토추(伊藤忠)상사와 오사카(大阪)가스가 미국 셰일가스 개발사업에서 나란히 290억엔의 손실을 냈다. 반면 미국의 에너지개발 중소기업들은 숱한 실패의 역사를 딛고, 정부의 법ㆍ세제 및 가격유지 지원에 힘입어 ‘셰일혁명’을 이루었다.

이런 성패를 거울 삼아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되, 공기업 대신 민간기업이 앞장서고

정부는 측면지원만 하는 정책 대안 발굴이 시급하다.

황영식 논설실장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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