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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공공교통 자율주행버스, 전용도로 넘어 일반도로 향해 박차

입력
2017.01.04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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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ㆍ자전거 섞인 캠퍼스 도로

‘위팟’ 2015년부터 시범 운행

로테르담선 17년간 전용로 주행

EU ‘시티모빌2’ 실험주행 사업

유럽 여러 도시 정보공유가 강점

美처럼 법적 제약은 선결 과제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교직원들이 지난달 13일 캠퍼스 내에서 실험주행 중인 위팟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바헤닝언=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교직원들이 지난달 13일 캠퍼스 내에서 실험주행 중인 위팟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바헤닝언=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버스 타려고 나온 지 4번 만에 드디어 성공했네요.” 네덜란드 중부 소도시 바헤닝언의 바헤닝언대 중앙도서관에서 일하는 휴고 베세머(62)가 환하게 웃으며 지난달 13일 도서관 건너편을 지나는 6인승 버스 ‘위팟’에 올라탔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부터 낮 1시 사이에만 바헤닝언대 캠퍼스 내 공공도로를 달리는 버스니 일주일에 한번씩 한 달을 꼬박 기다린 셈이다. 베세머씨는 “호기심에 타봤는데 생각보다 조용하고 안전벨트를 잊을 만큼 안정적이어서 왜 이렇게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지 충분히 알겠다”고 말했다.

바헤닝언대의 명물인 위팟 버스는 네덜란드 최초로 행인과 자전거, 일반차량 등과 같은 도로에서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버스다. 2015년 7월부터 바헤닝언 내 최대 100㎞의 구간을 지정해 무료 운행해왔다.

‘오픈로드’ 향한 EU의 실험

네덜란드 위팟 버스는 유럽 내 실험 운행 중인 일반도로 위의 수많은 자율주행버스 중 하나다. 유럽 도시들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현재 일반도로, 즉 ‘오픈로드’를 향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행인, 자전거 등과 분리된 도로에서의 자율주행버스 운행은 이미 성공 단계에 올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근교의 카펠러안더에이설에서 지하철 클라링스좀역과 상업 구역을 연결하는 12인승 자율주행버스 ‘파크셔틀’은 1999년부터 17년간 운행하며 효용성을 입증했다. 승객이 정류장의 요금지불 기기에 교통카드를 댄 후 또다른 기기에 75㎞ 내 설치된 정류장 5곳 중 한곳을 선택하면 상시 대기 중인 버스가 2.5~5분 내로 도착하는 식이다. 지금은 시간당 500명의 승객이 이용할 만큼 주요 교통수단으로 정착됐다.

유럽에서 자율주행버스의 발전이 실생활에서 느껴질 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데는 유럽연합(EU) 도시 및 기업들의 개방적인 협력 네트워크가 중요한 기반이 됐다. 특히 EU의 공동 연구ㆍ실험주행 프로젝트인 ‘시티모빌2(Citymobil2)’는 가장 모범적인 협력 사례로 꼽힌다. 시티모빌2는 EU의 ‘제7차 R&D 진흥프로그램(FP7)’의 일환으로 유럽위원회(EC) 지원 하 이뤄지는 총 1,550만유로(약 196억8,800만원) 규모의 완전 자율주행버스 개발 프로젝트다. 2012년 9월~2016년 8월 사이 4~6개 차량을 4~6개월간 운행하는 대규모 실험주행이 프랑스 라로쉘 등에서 세 차례, 2,3개 차량으로 1~3개월간 운행하는 소규모 실험주행이 네 차례 이뤄졌으며 지자체ㆍ연구기관ㆍ제조업체 등 참여 단체만 45곳에 달한다.

시티모빌 프로젝트의 최대 강점은 상호 정보공유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EU 폴리스(Polisㆍ교통 혁신 협의기구)의 수잔 오드리 수석매니저는 “일종의 내부 경쟁이 있는 다른 연구 프로젝트와 달리 시티모빌은 전적으로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실험주행에 참여한 시 당국과 연구기관은 다섯 차례 정례회의를 통해 실험주행 성과 및 시행착오를 나누는 동시에, 이지마일 등 제조업체는 매 실험 얻은 데이터로 소프트웨어를 발전시켜 다음 실험주행을 더욱 진전된 상태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유럽 자율주행차 시험의 성과와 과제

유럽의 자율주행차 개발의 특징은 시스템 통합이다. 시티모빌2 프로젝트를 기획한 아드리아노 알레산드리니 이탈리아 피렌체대 교수는 유럽의 자율주행차 개발 움직임이 ‘시스템 중심’ 접근이라는 점에서 차량 중심 개발이 이뤄지는 미국과 차별된다고 말한다. 알레산드리니 교수는 “전체 자율주행 공공교통 시스템에서 차량이 차지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차량 외에도 자율주행차에 맞는 ▦도로 정비 등 환경적 요소와 ▦승객 서비스 체계 ▦원격 통제 시스템 ▦차량 호출 등에 필요한 스마트 인프라, 그리고 ▦운영 당국 간 소통 시스템 및 ▦총괄 관리ㆍ감독 시스템 등이 모두 갖춰져 있어야 공공교통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레산드리니 교수는 이에 “자율주행 기술은 개인 차량보다 공공교통으로 실현됐을 때 거대한 사회적 실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스템 구축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유럽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산적한 과제에 봉착해 있다. 고속 주행 기술의 안정화, 일반차량 운전자와 행인 등 시민들의 행동 예측 등이 언급되지만 최대 선결 과제는 법적 제도 마련이다. 알레산드리니 교수 또한 시티모빌2 결과 보고서를 통해 “시 당국의 참여를 저해하는 최대 요소는 법적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의 경우 유엔 도로교통에 관한 비엔나 협약(이하 비엔나 협약)의 해석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1968년 체결된 비엔나 협약에는 ‘차량은 운전자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운전자가 반드시 탑승해 있어야 하는지 혹은 원격 통제실에 있어도 적법한지에 대한 해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에는 차 내 운전자가 손과 발을 뗀 상태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합의했으나 아직 완전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로테르담=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네덜란드 로테르담 근교의 클라링스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율주행버스 ‘파크셔틀’과 승객들. 로테르담=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네덜란드 로테르담 근교의 클라링스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율주행버스 ‘파크셔틀’과 승객들. 로테르담=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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