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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연관 검색어 조작해주고 33억 수입… 기업형 조직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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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연관 검색어 조작해주고 33억 수입… 기업형 조직 덜미

입력
2017.09.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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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반복 입력 프로그램 개발

병원ㆍ식당 등 특정 업소 노출 조작

전직 프로게이머 등 2명 구속

프로게이머 출신 장모(32)씨는 2014년 7월부터 평범한 식당을 유명 맛집으로 만들어주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연관 검색어 조작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네이버 검색에서 눈에 띄도록 노출할 기술력과 인력을 보유했다”며 홍보에 목마른 이들에게 사업제안서를 뿌렸다. 업계 경쟁이 치열한 성형외과나 치과 병원장, 식당 주인, 학원장 등이 고객으로 몰렸다.

장씨는 일당과 공모해 자체 개발한 특정 키워드 반복 입력 프로그램(BOT)을 돌려 의뢰 받은 특정 업소명이 연관 검색어로 노출되도록 조작했다. 연관 검색어는 포털 이용자가 ‘○○동 맛집’ ‘코 성형 잘하는 병원’ 식으로 검색하면 바로 아래 관련 업소명이 노출되는 서비스로 검색 빈도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장씨 등은 IP조작 프로그램으로 동일한 인터넷 주소(IP)로 반복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 노출에서 걸러내는 네이버의 IP필터링 기술을 무력화했다.

장씨는 검색조작사업이 돈이 되자 판을 크게 키웠다. 부산 해운대구에 3층짜리 건물까지 짓고 컴퓨터 100여대를 설치했다. 직원 10여명을 고용해 고객을 유치하는 영업팀, 검색 조작 실행팀, 조작프로그램 개발팀을 구성, 조직적인 범행에 나섰다.

이런 식으로 검거 전까지 4년여간 총 38만회에 걸쳐 133만개 검색어 조작을 실행했고, 거둬들인 불법 수익만 33억5,000만원이다. 키워드 건당 4만~6만원을 챙겼다. 한 업체는 무려 2억원을 주면서 1년 단위 계약을 맺기도 했다. 1인 뉴스채널 M사와 화장품 회사 등을 잇따라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할 정도로 검색조작은 큰 돈이 됐다.

2000년대 중반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장씨는 군 제대 후 이런 저런 사업을 하다 실패해 한 광고회사에 취직했다가 검색 조작 사업아이템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대 선후임 관계로 알게 된 이모(34)씨를 끌어들여 이름만 다른 회사 대표로 만든 뒤 함께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T사 대표 장씨와 Z사 대표 이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김모(30)씨 등 회사 직원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검색 조작이 기업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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