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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 넘치자 교통 혼잡에 쓰레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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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객 넘치자 교통 혼잡에 쓰레기 폭증

입력
2018.08.16 16:44
수정
2018.08.16 22:5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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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진흥 내세운 아베 정부

“2020년까지 4000만명 유치”

교토 등 관광지에선 정체 일상화

환경 악화로 주민 삶의 질도 하락

‘오버투어리즘’ 사회 문제 급부상

그림1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오사카시 도톤보리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림1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오사카시 도톤보리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고기온 40도를 육박하는 더위가 맹위를 떨친 지난 5일 일본 교토(京都)의 대표적인 관광지 기요미즈데라(清水寺) 부근 시내버스 정류장은 버스를 기다리는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그러나 만원상태로 도착한 버스는 더 이상 승객을 태울 수가 없었다. 버스 기사는 “이 뒤에도 교토역 방면 버스가 곧 올 예정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낸 후 문을 닫고 떠났다. 중국에서 온 20대 남성은 사전에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왔다며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혔다. 교토에서 과자점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은 체념한 듯 “이젠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관광객 증가로 인한 불편을 느끼는 것은 지역주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처럼 급증하는 관광객으로 교통정체나 환경악화 등으로 지역 주민들의 생활까지 위협하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이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현상이 일본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6일 보도했다.

2011년 622만명이었던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2차 집권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엔화 약세와 관광 진흥을 앞세운 ‘아베노믹스’로 2013년 1,036만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에는 2,869만명을 기록했다. 올해도 1~7월 1,873만명이 일본을 찾아 전년 동기 대비 13.9%가 증가했는데, 이 추세라면 올해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그래픽=박구원 기자

일본으로 외국 관광객 유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도쿄(東京)하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4,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로 인한 경제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즐겨 찾는 도쿄, 교토, 홋카이도(北海道) 등에선 교통 정체는 물론 쓰레기 폭증과 전철 내 소음 등으로 주민들의 삶의 질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고 있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 가마쿠라(鎌倉)시의 경우 관광객으로 만성적인 교통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는 17만명에 불과하지만 일본인을 포함한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2,000만명이 찾아오면서 주말에는 주요 교통수단인 에노덴(江ノ電)을 타려면 1시간 정도 줄을 서야 할 지경이다. 국토교통성과 가마쿠라시는 주말 시내 중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일부 주민은 그 대상은 관광객에 국한돼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본의 상징 후지산(富士山) 주변에서는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등산객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이 산을 관할하는 야마나시(山梨)현과 시즈오카(静岡)현에서는 관광객으로 혼잡한 날을 예측해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거나 여행사에 통해 특정일과 시간대에 등산객이 몰리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 7월 후지산에 오른 등산객은 5만5,719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9%가 감소했다.

“그래, 교토에 가자”라는 관광 캠페인을 벌여 온 JR도카이(東海)도 초여름부터 ‘파란 단풍’ 이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벚꽃 시즌인 봄과 단풍 시즌인 가을 성수기의 혼잡을 피해 여름에도 구경할 게 많다며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이다.

교토시는 지난 3월 ‘시내버스를 탈 수 없거나 버스가 정시에 오지 않는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제기되자, 관광객이 이용하는 버스의 1일 승차권 가격을 기존 500엔에서 600엔으로 인상해 지하철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교토 인근 나라(奈良)에서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지난 6월 ‘지속 가능한 관광 추진 본부’를 설치해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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