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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위협, 실적 부진에도... 파업하겠다는 현대차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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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위협, 실적 부진에도... 파업하겠다는 현대차노조

입력
2018.07.02 17:45
수정
2018.07.02 22:4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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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조합원들이 2일 울산공장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차 조합원들이 2일 울산공장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노동조합이 2일 찬반투표를 벌여 파업권을 얻어냈다. 이변이 없는 한 7년 연속 파업이 확실하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장기간 지속된데다, 미국 정부가 현대차를 비롯한 수입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대내외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는데, 현대차 노조는 이를 외면한 채 연례적인 행사인 마냥 파업하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전체 조합원 5만417명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를 한 결과, 4만4,782명(투표율 88.82%)이 투표해 3만3,084명(재적 대비 65.62%)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6일 사측의 제시안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가 노사 간 이견 조율이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터라, 노조는 이날 찬반투표 가결로 당장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노조는 3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여부와 일정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파업하면 2012년 이후 7년 연속 파업이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대비 5.3%인 11만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이미 2016년 현대차 근로자 1인당 평균임금은 9,600만원으로 토요타 일본 공장(7,961만원)이나 폭스바겐 독일공장(7,841만원)보다 높은 상황에서 생산성은 더 떨어지는 데도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연봉만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더욱이 4,000만원대 연봉을 받겠다며 광주시가 유치를 추진하는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 ‘광주형 일자리’마저 현대차 노조의 반대로 성사 직전에 멈춘 상태이다. 노조 측은 광주형 일자리가 성사되면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향 평준화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측은 노조의 움직임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5,464억원으로, 전년보다 20.5% 급감하며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연간 영업이익도 11.9% 줄어든 4조5,757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것은 국제회계기준(IFRS)이 적용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도 현대차 사정은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5%나 급감했다. 싼타페의 판매호조로 다소 나아지기는 했으나, 2분기에도 22%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실적 부진은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쟁력 하락으로 자동차 생산기지로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현대ㆍ기아차의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완성차 중 최하위를 보였다”며 “지속적인 임금 상승과 파업, 노령화 등으로 생산원가가 증가하면서 자동차 생산지로 매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경영환경에도 먹구름이 꼈다. 미국이 수입차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 달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현대차는 30만대 이상에 달하는 미국 수출 물량을 사실상 포기해야 해 국내 생산시설 축소가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노조 측에 ‘임금동결’을 제시했지만 노조 반발로 기본급 3만5,000원(호봉승급 포함)과 성과급 200%+100만원으로 양보했는데도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런 고질적 고임금ㆍ저효율의 생산구조는 사측과 노조가 자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9,000만원 대 평균 연봉을 받는 현대차 노조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파업을 한다면 누가 공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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