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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 왜 ‘밴드’인가… 원더걸스를 위한 변명

입력
2015.07.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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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원더걸스의 데뷔 후 8년간 일어난 일들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한마디로 이 그룹이 얼마나 많은 곡절을 겪었느냐에 관한 것인데, 어느 정도 윤색이 있었겠지만 사실만 적어놔도 정말 기구하다 싶었다. 원년 멤버 다섯 명중 세 명이 탈퇴했고, 한 명은 탈퇴 후 복귀했다. 게다가 'Tell me', 'So hot', 'Nobody'로 '역사에 남을'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닐 히트를 기록했지만, 미국 진출 이후 국내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전성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 사이 새로 들어온 멤버는 3년여 동안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한 채 새 앨범 작업을 기다려야 했다.

2007년 데뷔 당시 '원더걸스'의 앳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7년 데뷔 당시 '원더걸스'의 앳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러던 중 탈퇴했던 멤버가 돌아왔고, 새 앨범 발표와 함께 그들이 선택한 것은 밴드 형태의 활동. 이른바 '후크 송'의 시대를 열고, 포인트 안무를 추며 'Tell me'를 전국적으로 유행 시키던 팀이 시간이 흘러 티저부터 베이스, 드럼 등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다섯 명이던 멤버는 네 명으로 줄었고, 팀이 생길 때부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자리를 지킨 멤버는 예은 뿐이다.

이 쯤 되니 원더걸스를 대체 왜 계속 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그들이 밴드를 하겠다고 하자 연주력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물론 그런 주장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들이 어느 정도의 연주력을 보여줄지는 무대가 공개된 후에나 것이다. 하지만 원더걸스는 바로 지금이기 때문에 밴드를 할 법하다. 'Tell me'를 부를 때의 그들은 프로듀서 박진영이 안무 영상을 보내면 그대로 따라 추면서 춤과 노래를 배우던 걸그룹이었다.

'밴드'로 컴백하는 원더걸스의 티저 화보. 왼쪽부터 유빈, 예은, 선미, 혜림. JYP 페이스북.
'밴드'로 컴백하는 원더걸스의 티저 화보. 왼쪽부터 유빈, 예은, 선미, 혜림. JYP 페이스북.

하지만 온갖 스토리를 겪은 그들은 문자 그대로 할 이야기가 아주 많은 상황이다. 꼭 밴드여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더걸스가 활동을 하지 않는 동안 예은은 자작곡으로 채운 앨범을 만들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고, 원더걸스의 앨범은 타이틀 곡을 제외하면 그를 중심으로 한 멤버들의 자작곡으로 채워져 있다. 그만큼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푸는 방식으로 밴드를 선택한 것이다. 픽션이라고 하면 오히려 전형적이라고 할 만큼, 그들은 오랫동안 쌓인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그것을 극적인 변화로 풀어낼 준비를 했다.

물론 원더걸스의 결과물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많은 걸그룹들은 원더걸스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낼 기회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 아이돌 그룹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최소한 멤버 중 한 두 명이 싱어 송 라이터가 되거나, 프로듀서로서 팀을 이끌며 보다 성숙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들이 꽤 있다. 자작곡을 통해 음악적 자생력을 갖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아예 데뷔 당시부터 자작곡에 능한 멤버를 리더로 삼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반면 걸그룹은 곡을 직접 쓰는 멤버가 있다 해도, 그것을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여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전히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비쥬얼 콘셉트 같은 부분에서의 영향을 더욱 많이 받고, 싱어송라이터라 해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걸그룹은 전성기가 지나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일 때 쯤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자신의 이야기 이전에 기획사가 부여한 콘셉트에 큰 영향을 받다보니 어느 시점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원더걸스도 미국 진출 당시 소속사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이룰만한 목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진출의 이유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만큼 멤버들마다 온갖 일들을 겪은 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멜로디와 가사를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는 방식을 택했다.

얼마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유의미한 무엇을 남기기를 바란다. 어쩌면 원더걸스가 데뷔 8년만에 걸그룹의 또다른 길을 제시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그렇다면 정말 '원더걸스'로 남을 듯하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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