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아름 기자

등록 : 2016.04.29 20:00

가수ㆍMCㆍ포맷까지 그대로 옮겨와... 감동 없는 고음대결

[까칠한 톡] 요즘 가요예능은 판박이

등록 : 2016.04.29 20:00

지상파방송은 이달 들어 엇비슷한 가요예능프로그램 ‘보컬전쟁-신의 목소리’(SBS·왼쪽부터)와 ‘듀엣가요제’(MBC), ‘판타스틱 듀오’(SBS)를 잇달아 내보고 있다. MBC·SBS 제공

흘러간 유행가는 때로 듣는 사람의 가슴을 친다. 지나간 시절의 나를 추억하게 해서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16년 만에 대중 앞에 선 젝스키스 출신 고지용의 말처럼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유행가를 부른 가수의 무대와 음성 그 자체보다 노래가 흘러 퍼진 그 시절의 나와 나를 둘러쌌던 공기일지 모른다. ‘나는 가수다’(MBC)와 ‘히든싱어’(JTBC), ‘불후의 명곡’(KBS) 등 각 방송사에서 수년 째 가요예능이 꾸준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 프로그램들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옛 시절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방송가에 쏟아진 가요예능들의 면면을 보면 추억과 공감은 실종됐다. 목에 핏대 세우기에 급급한 어설픈 경쟁만 남았다. ‘보컬전쟁-신의 목소리’와 판타스틱 듀오(이상 SBS), ‘듀엣가요제’(MBC) 등 이달 들어 지상파 채널에서만 3개의 가요예능이 동시에 시작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겐 차이를 찾기 어려운, 판박이 방송에 불과하다. 가수들의 재탕 출연이 비일비재하고 프로그램의 형식은 쌍둥이와 같다. 전파 낭비란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창의력은 실종하고 고음만 남은 최근 가요 예능프로그램을 꼼꼼히 뜯어봤다.

라제기 기자(라)=“최근 시작한 지상파 가요예능들은 뭐가 뭔지 헷갈린다. 차별성이 없다. ‘히든싱어’(JTBC)나 ‘너의 목소리가 보여’(Mnet) 같은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아류라는 생각이 든다.”

강은영 기자(강)=“헷갈리는 정도가 아니라 똑같다. 출연 가수들도 재탕이다. ‘판타스틱 듀오’는 이선희를 내세웠는데 이미 2년 전 비슷한 포맷인 ‘히든싱어’에 나왔다. MC 전현무는 ‘히든싱어’ 진행자이기도 하다. ‘보컬전쟁’의 박정현, 윤도현도 과거 ‘나는 가수다’에서 이미 소비됐던 가수들이다. 복제품 수준이다.”

조아름 기자(조)=“심지어 출연자들의 발언까지 똑같더라. 지난주 ‘듀엣가요제’와 ‘보컬전쟁’에 각각 출연한 다른 패널들이 출연한 가수들을 가리키며 “이 가수들의 콘서트 표 값만 얼마겠냐”란 똑같은 발언을 해서 놀랐다. 프로그램 간의 차별성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양승준 기자(양)=“보통 사람들이 출연한다는 것 말고는 ‘나가수’의 대결 구도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노래 대결이 이제는 좀 피로감이 느껴진다. 고음을 잘 소화하는 출연자에 늘 표가 몰리지 않나? 반전이나 유머코드는 없고 줄곧 봐온 고음 대결만 남은 느낌이다.”

라=“그래도 ‘나가수’는 노래 그 자체에 대한 갈증이 있던 대중에게 진짜 노래로 승부하는 가수들의 대결을 보여줬고 감동을 이끌어냈다. 요즘 프로그램들에선 승부는 있으나 감동은 없다.”

양=“스토리가 없어서다. ‘히든싱어’가 인기를 끈 건 평범한 출연자와 가수 간의 연결고리가 확실해서였다. 팬들에게는 가수의 노래마다 얽힌 사연이 있고, 이 노래를 들으며 성장해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감동을 줬다. 그런데 ‘듀엣가요제’나 ‘판타스틱 듀오’는 단순히 노래 잘하는 보통사람들, 이들과 별 관계가 없는 가수가 만나 듀엣으로 호흡을 맞춘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강=“지상파방송들이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보려고 노력을 안 한 결과다. 감동은 결국 섭외에서 나온다. ‘히든싱어’가 이선희를, ‘나가수’가 임재범을 섭외해 이들을 만나고 설득한 과정, 예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전혀 새롭지 않은 가수들을 또 데려다가 또 무슨 이야기를 하겠나. 시청자들로선 궁금한 것도 없고 피로도만 커진다. 세 프로그램 모두 5~6%대 시청률을 전전하고 있다.”

조=“지상파가 게을렀다는 게 표시가 확 난다. 어차피 섭외 전쟁이라면 섭외라도 공을 들여야 하는데 현재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가수들을 인기가 있다는 이유로 출연시키는 느낌이다. 제시, 정은지, 에릭남, 데프콘 등이 출연한 ‘듀엣가요제’가 대표적이다.”

라=“잘 나가는 가수만 모아 식상하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디밴드를 소개하는 것도 방법일 텐데.”

강=“‘무한도전’도 가요제 때 혁오밴드를 섭외해 인기를 끌었다. 트로트 같은 아예 다른 장르의 가수를 소개해 새로움을 주면 좋았을 듯하다. 이미 잘 된 가수들이 나와 방송으로 음원 수익까지 가져간다. 부익부 빈익빈이 따로 없다.”

양=“지상파로선 야외 촬영이 많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비해 제작비도 덜 들고 인기도 꾸준히 있으니 가요 예능을 별 고민 없이 택하는 듯하다. 특색이 없으니 오래 못 갈 것 같다.”

강=“동감이다. 6개월 이상 갈지 의문이다. 새로운 것 하나 없는 프로그램들이 장수할 순 없다. 2010년 ‘슈퍼스타K’(Mnet)가 뜨니 MBC가 ‘위대한 탄생’을 만들었다.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낸 ‘슈퍼스타K’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위대한 탄생’은 3년 만에 폐지됐고 잊혀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상파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도하기는커녕 케이블채널 베끼기에만 급급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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