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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입력
2017.12.31 12:4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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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해 6차 핵실험에 이어 11월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추정 사정거리가 13,000㎞로 미국의 뉴욕, 워싱턴까지도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켰다. 미국은 즉각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해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유류공급 중단을 강력히 요청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 조야의 매파 정객들은 입을 모아 예방적 선제타격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제재로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북한 정권이 장기간 어려운 고난을 겪으면서도 핵무기를 개발해야만 했던 동기를 파악하고, 김일성 일가 왕국의 통치이념, 통치수단, 지도자의 성격 등을 정확히 분석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12일 공개행사에서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언급했지만 바로 다음 날 백악관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제동을 걸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강온파의 대립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한다면,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돼 수백만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김정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유엔 안보리의 강력한 제재와 미국의 선제타격이 거론되는 현 상황에서 인민들의 고난을 외면하고 국제사회에 맞서며, 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현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인민들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키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 협상테이블에 과감히 나서는가다.

핵 공격은 상대국의 보복공격으로 공멸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핵 보유국 간에는 전쟁억지의 효과가 있다. 핵 보유 초강대국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간의 충돌억제, 오랜 앙숙인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분쟁 억제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미국의 핵우산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한, 북한이 핵 보유를 하더라도 핵전쟁 도발 위험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야기된 한반도의 현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첫째, 미국과 북한은 전제조건 없는 즉각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의 대화 지연 전술이나 기 싸움은 시간낭비일 뿐,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사무차장이 CNN 인터뷰에서 “우발적 움직임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처럼, 현재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임계점에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헌법, 법률, 당 강령에 핵보유 국가임을 명시한 상태다. 현실적으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제의는 즉각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과 일단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둘째, 핵과 미사일 동결을 통한 군사적 긴장완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한다면, 한미 당국은 북한을 옥죄고 있는 경제 제재의 완화, 북미 간의 외교관계 수립,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핵의 완전한 포기는 상호신뢰가 회복된 뒤의 장기 과제로 돌리는 게 현실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평화와 화합의 무대다. 올림픽은 우승이 아니라 참여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북한 선수단이 조건 없이 참가한다면 평화 애호 자세를 국제사회에 펼쳐 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염원이지만 전쟁 없는 이 땅에서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것 또한 가치 있는 소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신뢰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통일에 대한 집착이 한반도의 평화에 악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통일은 먼 훗날 아무도 모르게 살짝 오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 선수단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꼭 참가하리라 믿는다.

최봉구 전 국회의원ㆍ남북신뢰회복추진협의회장ㆍ대한민국헌정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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