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경호 기자

등록 : 2017.05.11 04:40
수정 : 2017.05.11 11:30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힘의 정치' 버리고 '정치의 힘' 보여주세요

등록 : 2017.05.11 04:40
수정 : 2017.05.11 11:30

1. 문재인 후보에 투표한 하정호씨

※선거를 마친 평범한 시민들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당부를 편지 형식으로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하정호씨 부부

문재인 대통령님께. 저는 맞벌이 아내와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44세 가장입니다. 광주에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로 일하고 있지요.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이 많고, 그러다 보니 이번 선거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컸습니다.

저는 엊그제 선거에서 대통령님을 찍었습니다. 내가 뽑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기분은 좋습니다만, 그렇다고 제가 열성적 ‘문재인 지지자’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기호 1번’을 선택하기로 마음 먹기까지, 정말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선거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부정과 적폐를 해소하겠다고 수없이 강조했지만, 정말로 그걸 실천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죠. 정확히 말하자면 대통령님보다는, 대통령님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해 믿음이 가질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번 당내 경선과정을 보면서 저는 실망이 컸습니다. 대통령님의 열광적 지지자들이 상대방에 퍼부었던 문자폭탄 같은 사례들, 그리고 이런 행태들을 ‘양념’으로 넘겼던 대통령님의 발언을 접하면서 과연 적폐를 청산할 수 있을지, 국민적 대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곳 제 주변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이야 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 아닌가” “이런 게 바로 패권주의 아닌가”라고 걱정을 했지요.

그렇지만 저는 결국 1번에 표를 던졌습니다. 제 판단으론 여러 후보들 가운데 국민의 여망을 이뤄내 줄 사람은 그래도 문재인 후보 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통령님은 선거 과정에서 모범적인 면도 많이 보여주셨습니다. 경선이 끝나자 경쟁진영에서 일했던 인사들을 선거캠프에 대거 포용한 점, 다른 당 후보 공약이라도 좋은 건 얼마든지 수용하겠다고 한 점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여기가 호남지역이다 보니 아무래도 ‘호남 총리론’을 시사한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요. 오늘 취임식에서 ”저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 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고 약속하시는 걸 보면서, 내 선택이 틀리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통령님께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제발 우리 사회의 오랜 갈등들을 풀어 주시기 바랍니다. 꼭 화합을 이뤄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사실이든 오해든, 대통령님 주변인사들과 열성적 지지자들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도록 더 신경 써 주십시오. 권력을 잡았다고 밀어붙이는 ‘힘의 정치’가 아니라 먼저 손 내밀고 경청하고 설득하는 ‘정치의 힘’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이야 말로 적폐청산과 국민통합의 첫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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