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등록 : 2017.03.29 15:54
수정 : 2017.07.04 15:31

[짜오! 베트남]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앞날은

<4> 맨해튼 꿈꾸는 도시들 (下)

등록 : 2017.03.29 15:54
수정 : 2017.07.04 15:31

사이공강에서 바라본 베트남 호찌민시 야경. 호찌민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비텍스코 파이낸셜 타워(가운데)는 현대건설이 지은 것으로, 베트남 국화인 연꽃과 돛을 형상화했다. 오른쪽의 공사 중인 빌딩은 사이공 원 타워. 2009년 착공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사가 중단됐다 최근 재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이공강 너머 최근 완공된 초고층 아파트들이 보인다. 반팟흥부동산 제공

지난해 말 베트남 호찌민시 한인 밀집지인 7군 푸미흥의 신한은행은 중국 상하이에서 온 한국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베트남 관광에 나선 교민들이 이곳 부동산에 투자할 목적으로 현지 계좌 개설을 위해 찾은 것이었다. 베트남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국에서 ‘대박’을 한번 경험한 분들 아니면 당시 머뭇거리다 투자 시기를 놓친 분들이었다”며 “10여년 전 중국 분위기와 지금 베트남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하는 손님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활발한 외국인 투자, 몰려드는 외국인 등을 원동력으로 견고한 경제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베트남. 베트남 부동산 시장은 중국 투자에서 실기(失機)한 이들에게 패자 부활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전반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다만 곳곳에 위험 요소들이 잠재돼 있다. 자금이 흘러 들면서 부동산 시장은 활기를 띠고는 있지만 고급 주택 과잉 공급, 여전히 미흡한 시장 성숙도, 취득ㆍ등록ㆍ세금 등 부동산 관련 법률체계 미비, 폐쇄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 등이 리스크로 꼽혔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 전망 밝다”

현지 부동산 베터홈즈의 오순환 대표는 “호찌민시 동쪽 외곽 9군의 삼성전자와 그 협력사, 인근 빈증성 공단 등에 외국인 투자가 지속되면서 외국인들의 주택 임대 문의가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주택 구입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지금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세빌스(Savills)에 따르면 2016년 베트남 방문 외국인 수는 전년보다 26% 늘어난 1,000만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 증가세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활기는 베트남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 집을 구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주택법 및 부동산사업법 영향이 크다. 관건은 2015년 7월 시행된 베트남 정부의 개방 정책의 지속 여부다. 세계은행(WB)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6.21% 성장한 베트남이 2019년까지 6% 이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 정부의 대외 개방 정책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부동산 컨설팅사 CBRE 리서치부문 융 튜이 융 사장은 “부동산 시장 개방 뒤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베트남 정부가 개방 정책을 바꿀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일 하노이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총리는 2020년 양국 교역규모 목표치를 700억달러에서 1,000억달러로 상향해 줄 것을 제안했다. 한 현지 한국인 사업가는 “베트남 정부는 지난 2014년 재정 악화 문제로 2019년 아시안게임 주최권을 반납한 데 이어, 당연히 환급해야 할 부가세를 환급해주지 않고 있다”며 “외자 유입 주통로로 자리 잡은 부동산 시장을 규제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베트남 정부가 외자 유치에 필수적인 도로와 공항 건설 등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전망을 밝게 한다. 하노이는 올해 9월, 호찌민은 내년 말 1호선 전철 시운전을 앞두고 있다. 호찌민 외곽에 건설중인 롱탄 공항이 2020년 이후 완공될 경우 현재 떤션넛 국제공항보다 4배 많은 승객과 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베트남의 최근 몇 년간 민ㆍ관 인프라 투자액 평균치가 국내총생산(GDP)의 5.7%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좀 지켜봐야’ 신중론

물론 장밋빛 전망 못지않게 비관론 혹은 신중론을 내놓는 곳도 있다. 우선 시장의 구매력 또는 성숙도에 비해 공급이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 베트남 경제수도 호찌민시의 사이공강변에 자리 잡은 골든리버,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등 고급 아파트들은 미분양 물량이 적지 않게 쌓여 있다. 여기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회사 메이플트리, 일본 대표 건설사 마에다, 중국 3대 주택 건설사 컨트리가든 등 쟁쟁한 기업들이 올해 처음 베트남 주택 시장에 뛰어드는 등 신규 개발업체들의 베트남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한 부동산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2018년부터는 외국기업에 건설업 라이선스 발급을 제한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초과 공급에 대한 정부 내부 우려가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세금 등 부동산 관련 법률체계가 미비한 것도 잠재적인 투자 리스크로 거론된다. 2015년 시행된 주택법 및 부동산사업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구입할 수 있는 부동산 숫자에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두 채 이상 주택에 대한 추가 세금 부과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현재 조건들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법률전문 매체 ‘팝루엇’이 지난해 11월 1일 “베트남 재정부가 두 번째 주택부터 과세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당시 정부 당국자가 “당분간은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등기가 전산화되어 있지 않아 특정 개인의 주택 수를 파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시기 문제일 뿐 언젠가 시행될 거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29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시 중심가를 퇴근길 오토바이들이 질주하고 있다. 길 건너 빌딩은 싱가포르계 메이플트리 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금호아시아나로부터 지분 50%를 1억750만달러(약 1,224억원)에 인수한 금호아시아나 플자라 사이공이다. 메이플트리는 올해 처음으로 베트남 주택 시장에도 진출, 베트남 내 세 확장에 들어간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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