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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말 많고 탈 많았지만’…소셜 업계 첫 흑자 노리는 위메프

입력
2017.11.06 0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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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 강남 사옥 위메프 제공
위메프 강남 사옥 위메프 제공

2015년 1월 이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소비자들의 거센 불매ㆍ탈퇴 운동에 직면하는 큰 위기를 맞았다. 영업직 수습사원 11명에게 강도 높은 일을 시킨 후 이들을 채용하지 않고, 전원 해고하는 이른바 ‘채용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후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발 빠르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이는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박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수습사원 11명을 최종 합격 처리한다”고 정정했지만, 문제의 본질을 ‘소통 부족’으로 돌려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당시 박대표는 사과문에 “진정한 지역 마케팅 전문인력을 선발하고자 했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달을 가리켰지만 손을 본다면 그것은 저희가 말을 잘못 전한 게 맞다”고 밝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위메프 불매ㆍ탈퇴 운동이 확산되자 박 대표는 한달 뒤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자필로 쓴 사과문을 공개하고 채용 논란에 대해 재차 사과해야 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소비자들이 회원 탈퇴 운동을 벌인 건 위메프의 채용 갑질 사건이 처음이었다"며 "경쟁 이커머스 기업들도 위메프 사건 후 채용 과정을 다시 점검하는 등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말했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지난 2015년 2월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채용 논란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지난 2015년 2월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채용 논란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게임으로 수천억 자산가 된 야구광 허민이 창립

위메프는 쿠팡, 티몬 등과 함께 2010년 설립된 1세대 ‘소셜커머스’ 업체다. 지금은 사업성이 낮아져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 대부분 전자상거래 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소셜커머스 시장 성장 전망이 밝아 잘나가는 벤처업계 인재들이 모두 이곳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위메프도 벤처 게임회사 네오플을 넥슨에 매각해 수천억원대 자산가 반열에 오른 허민씨가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세운 업체다. 하지만 소셜커머스 시장의 현실은 장미빛 기대와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구매하면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낮춰주는 일종의 공동구매 개념인 소셜커머스는 지속적인 상품 개발에 어려움이 따르고, 환불과 반품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차츰 외면 받았다. 더구나 위메프는 해외 자본 유치에 성공한 쿠팡, 티몬은 물론 당시 국내에 진출해 있던 그루폰에까지 밀려 업계 최하위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회사가 위기에 빠지자 창업자 허민 씨는 2011년 7월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직접 경영을 챙긴다. 하지만 2013년 야구 선수로 뛰기 위해 박은상 대표에게 경영을 맡기고 돌연 미국으로 건너가는 결정을 내려 업계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허민 씨는 위메프 대표 시절 국내 최초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를 만들어 구단주를 맡기도 해 회사 경영보다 야구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은상 대표가 단독 경영을 맡은 위메프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섰다. 톱스타를 기용한 다수의 TV광고로 인지도를 높이는데 공을 들였고, 최저가 쇼핑 플랫폼을 내세우며 경쟁사 대비 높은 할인율을 책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 경영의 부작용으로 소셜커머스 업체 중 가장 많은 사건ㆍ사고를 겪기도 한다. 2015년 터진 갑질 채용 사건에 이어 올해 6월에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특히 위메프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내용을 관계 기관에 제 때 알리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 더 큰 비난을 샀다.

위메프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너무 빠르게 커지다 보니 내부 통제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사건 후 내부 통제 시스템을 재점검 하는 등 고객 정보 관리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민 위메프 창업주가 2013년 9월 미국 뉴욕의 프로비던트뱅크 파크에서 열린 미국 캔암리그의 뉴어크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출전해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허민 위메프 창업주가 2013년 9월 미국 뉴욕의 프로비던트뱅크 파크에서 열린 미국 캔암리그의 뉴어크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출전해 공을 던지고 있다. 연합뉴스

적자ㆍ자본잠식에도 공격 경영 유지

위메프도 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처럼 창업 후 단 한차례 흑자를 내지 못했다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위메프는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5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위메프에 외부 자금 수혈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위메프는 지난 2015년 넥슨의 지주사인 엔엑스씨(NXC)로부터 1,000억원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넥슨이 허민 씨가 세웠던 게임회사 네오플을 약 3,8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위메프 투자자로도 나서면서 김정주 NXC대표와 허민 창업주와의 인연도 다시금 부각됐다.

하지만 이 투자금은 쿠팡이 소프트뱅크에게서 투자 받은 금액 1조원은 물론, 티몬이 해외 사모펀드 KKR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은 8,600억원 등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 때문에 소셜커머스 3사 중 만성적인 적자에 자본잠식 상태까지 겪고 있는 업체는 위메프가 유일하다. 위메프는 지난해 납입 자본금 203억원을 모두 까먹고 자본총계도 마이너스(-1,148억원)인 상태다. 2015년(-817억원) 때보다 자본잠식 상태가 더 악화됐다.

하지만 위메프의 공격 경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위메프는 적자와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지만 2014년 288억원이던 광고선전비를 2015년 348억원, 지난해 411억원으로 해마다 늘리고 있다. 판매촉진비 역시 2014년 125억원에서 2015년 698억원으로 5배 이상 늘렸다가 지난해 166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위메프가 경영 상황이 악화됐음에도 공격 경영을 멈추지 않는 것은 소셜커머스 업계가 생존을 위한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쿠팡과 티몬 등도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마케팅비와 판매촉진비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지금은 여러 회사가 경쟁을 하고 있지만 이 싸움에서 승리해 생존하는 업체가 모든 시장을 장악한다는 ‘승자 독식’ 기대감이 업체 간 경쟁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가 한쪽이 살아남을 때까지 경쟁을 하는 치킨게임을 계속하려면 추가 자금 유치가 필요하다”며 “외부 자금 유치가 쉽지 않으면 허민 창업주가 자본금을 증자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잠식을 겪고 있지만 위메프는 수익성 관리 측면에서 소셜커머스 3사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위메프의 영업 손실액은 2015년 1,424억원에서 지난해 636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쿠팡과 티몬의 영업적자는 각각 5,652억원과 1,551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전년대비 늘어난 수치다.

위메프 관계자는 “흑자로 언제 돌아설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경쟁사 대비 수익성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고 있어 가장 먼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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