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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세먼지가 재촉하는 에너지 전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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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세먼지가 재촉하는 에너지 전환의 길

입력
2018.01.28 16:3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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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전의 에너지 절약 운동은 경제적 관점에 집중됐다. 석유 등 1차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전력수급을 원활히 하자는 목표에 충실했다. 오늘날 에너지 절약 운동의 목표는 기후안정과 환경보건이라는 새로운 의제에 더 집중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세먼지다. 최근 미세먼지의 습격은 숨 쉬는 공기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흙 먼지나 굴뚝 등에서 아주 작은 고체 상태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있고, 석탄 연료를 연소시킬 때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난방, 자동차로 인한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2차적으로 발생한 미세먼지가 있다. 2차 발생 미세먼지는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높다. 1970년대 이후 줄곧 이어진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 구조와 석탄 발전의 높은 비율, 그리고 과도한 승용차 이용에 대한 대가가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 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노후 석탄 발전소 ‘셧다운’을 단행했고, 노후 석탄 발전소 ‘폐쇄’를 앞당기기로 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상징적 움직임이었다.

시민들은 생활 속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생활을 습관화하는 것으로 미세먼지 감축과 에너지 전환의 길에 동참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배기구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유력한 ‘굴뚝’ 가운데 하나다. 미세먼지가 이틀 연속 나쁨인 비상 상황에서 그 굴뚝 연기를 줄이는 일에 동참하는 게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생활양식의 실천이고 에너지 전환 시대 시민사회의 에티켓이다.

파리와 런던 같은 유럽 주요 도시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시민들도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차량 2부제, 혼잡통행료 등 강력한 환경ㆍ교통 정책을 펴고 있다.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서울시보다 한발 더 나아간 정책이다. 모두 에너지 사용을 줄이겠다는 목표로 탄생한 정책들이다.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이 줄고 그래야 기후 안정, 교통 혼잡 저감, 대기상 건강 유해 물질 감축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126억 원을 지원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2차 생성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저감하는 기술을 개발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를 25일 발표했다. 반가운 소리지만 미세먼지에 의한 시민건강 위협은 기술개발이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내일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이다. 장기적 과제와 별도로 현재의 발생 원인, 특히 가장 현실적으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서울시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과 연계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의미 있는 시도다. 시민들이 에너지 절약에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내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지원했다. 서울시는 또 중앙 정부에 차량 2부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는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역사적 정향에 충실한 행동이다.

미세먼지 문제에 관해 중국 영향을 절대시하면서 국내에서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한 시민의 참여와 정책적 노력을 경시하는 태도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런 논리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무대응과 다름 아니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중국에 책임을 묻는다고 더 좋은 대응 방법이 생기는 게 아니다. 시민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의제에 대해 ‘남의 집 불구경’ 하는 듯한 관전평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도, 에너지 수요 조절을 통한 에너지 전환의 길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중교통 이용은 더욱 장려해야 하고 의무적 차량2부제도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 그러한 정책들은 에너지 전환의 길을 재촉하는 중요한 수단들이다.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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