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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기 좋은 계절…우리 술이 익고 있다

입력
2016.11.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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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깨지는 막걸리? 고리타분한 전통주? 모두 옛말이다. 요즘 한국 술은 맛뿐 아니라 멋에도 눈을 떴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막걸리부터 샴페인 병에 든 오미자와인까지 스펙트럼도 확장됐다.
머리 깨지는 막걸리? 고리타분한 전통주? 모두 옛말이다. 요즘 한국 술은 맛뿐 아니라 멋에도 눈을 떴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막걸리부터 샴페인 병에 든 오미자와인까지 스펙트럼도 확장됐다.

다시 만난 세계다. 일제강점기 문화 수탈로 명맥이 끊겼던, 또 먹을 쌀이 부족해 금지되기도 했던 수난의 역사가 끝났다. 한국 술이 다시 익고 있다. 압구정동, 경리단길, 연희동, 망원동 같은 젊은 동네에 한국 술 전문점이 들어서고 광화문에서도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이 막걸리 잔을 부딪히고 있다. 클럽에서 샴페인과 양주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한국 술도 등장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도 한국 술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주류 바이어 박호준씨는 “최근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가 재평가 받고 있다”고 경향을 짚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 술 전문점 바깥 카테고리의 술집에서도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가 대세다. 일품진로, 화요, 문배주, 안동소주, 이강주, 미르, 려 등 종류도 다양하다. 롯데백화점에서도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제품군이 한국 술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박호준 바이어는 “한산소곡주나 복분자주 등 저도주들에 대한 수요도 최근 꾸준히 느는 추세이며, 혼술족이 늘면서 소용량 제품도 출시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막걸리야 말할 것도 없다. 2009~2010년 생막걸리 붐에 힘입어 이미 한 번 주류 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막걸리는 지금도 성장 중이다. 단, 질적 성장이다. 당시 막걸리 붐이 시장의 규모를 열어놨다면, 현재 막걸리 시장에서는 숨은 고수 찾기가 경쟁력이다. 대규모 공장을 갖춘 기업형 막걸리 대신 지방 곳곳의 가내수공업형 양조장에서 만드는 개성 있는 막걸리가 주목 받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복순도가 막걸리는 탄산이 풍부해 샴페인 잔에 마시는 식전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여수의 작은 양조장에서 만드는 개도막걸리는 지난해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통해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무형문화재 송명섭 명인의 송명섭 막걸리는 애주가로 유명한 배우 강동원이 좋아하는 막걸리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부터도 막걸리 전문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베스트셀러다.

주세법 상 좀 더 복잡한 구분이 있긴 하나 마시는 입장에 맞춰 실용적으로 나눠 본 한국 술. 왼쪽부터 과실주, 소주, 청주, 탁주.
주세법 상 좀 더 복잡한 구분이 있긴 하나 마시는 입장에 맞춰 실용적으로 나눠 본 한국 술. 왼쪽부터 과실주, 소주, 청주, 탁주.

소주, 막걸리 말고도 술은 많다. 한국 술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발효주에 탁주와 약주, 청주, 맥주, 과실주가 들어간다. 발효시킨 술을 증류시킨 맑은 술은 증류주라고 한다. 증류식 소주, 희석식 소주, 위스키나 브랜디, 일반 증류주, 리큐르 등이 여기 포함된다. 요즘 한국 술 시장에는 굳이 소주나 막걸리가 아니어도 마실 술의 영역이 점차 넓어졌다. 경주법주 초특선은 고가의 일본 사케 부럽지 않은 청주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 발그레한 빛이 감도는 오미자 와인도 인기다.

마실 술은 많고 올해도 끝자락이다. 내로라하는 한국 술 전문가 7인에게 올해가 가기 전 급히 마셔볼 술을 추천 받았다. 김보성(전통주류 전문 유통사 부국상사 대표), 류인수(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박호준(롯데백화점 주류 바이어), 손기은(‘GQ Korea’ 피처 에디터), 이지민('대동여주도’ 주류 콘텐츠 제작자), 전재구(한국음료강사협의회 대표, 카페 루이 대표), 전진아(농촌진흥청 연구원, 전통주 소믈리에)씨로부터 향긋한 목록이 날아들었다.

◆올해 가기 전 마셔볼 한국 술

△세상 어느 술과 견주어도 완성도가 빼어난 한국 술

1. 청수와인(전진아)

“국산 청포도 품종인 ‘청수’로 만든 와인. 국내 와인 전문가들과 소믈리에들 사이에서 샤르도네 품종과 견줄 수 있는 화이트 와인으로 손꼽힌다.”

2. 자희향 약주(손기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약주로, 깊은 단맛과 착 달라붙는 감칠맛이 좋다. 밤에 한잔씩 마시고 자기 좋은 술이다.”

3. 청감주(박호준)

“옛 문헌을 통해 수십 차례 실패 끝에 복원된 술로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술을 잘 못하는 분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4. 화요 엑스프리미엄(전재구)

“화요 41의 원액을 오크통에서 5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싱글 라이스 목통주. 원숙하고 부드러운 주질, 오크의 풍부하고 깊은 향과 곡주의 감미로움이 잘 어우러진다.”

5. 고운 달(전재구)

“최고급 오미자 증류주로서 마스터 블랜더 이종기 명인의 역작. 한국 전통 문경도자기에서 숙성시켜 오미자 본연의 향과 맛이 온전히 살아 있다.”

6. 담은 프리미엄 막걸리(김보성)

“85년 명문도가의 전통공법으로 담근 새로운 감각의 막걸리. 구름을 마시는 느낌이라고 해서 ‘구름 막걸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7. 송화백일주(이지민)

“우리나라 전통식품 제1호 조영귀 명인이 빚은 국내 유일의 사찰법주이자 명약주. 연간 2,000병만 생산되는 귀한 술이다.”

8. 오퍼스103(류인수)

한국술의 기준이 될만한 술. 알코올 도수 20%로 청주 중 가장 도수가 높지만 1년 이상 숙성시킨 덕분에 맛은 매우 부드럽다.

△고리타분하고 저급하다는 편견을 깨는 한국 술

1. 이화백주(김보성)

“전통을 따랐지만, 촌스럽지 않다. 지금까지 마신 저가 막걸리를 잊게 만든다. 강한 탄산으로 샴페인을 연상시킨다.”

2. 문경바람(이지민)

“문경 바람은 우리나라 최고의 양조 전문가가 일체의 인공적인 첨가물 없이 자연 그대로를 발효해 증류, 숙성시켜 만든 증류주다.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사과의 풍미, 감미로운 목 넘김. 소주 애호가라면 이 술을 꼭 맛보자. 첫 모금에 반할 것이다.”

3. 문배술(손기은, 전재구)

“병 디자인부터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까지 브랜드의 여러 요소가 잘 완비된 한국 술.”

“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로 배 향이 나는 이슬같이 맑은 증류식 소주이며,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병 디자인이 돋보인다.”

4. 술취한 원숭이(전진아)

“홍국으로 만들어 붉은 빛을 띄는 막걸리. 알코올 도수도 기존 막걸리(6%)에 비해 높은 10.8도다. ‘108번뇌’를 뜻한다. 단 맛이 있어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술이다.”

5. 담솔(전진아)

“담솔은 솔송주 명인이신 박흥선 명인이 만든 증류식 소주로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에서 연속 수상했다. 솔잎과 송순의 향긋한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인데, 칵테일로 마시면 더욱 좋다. 담솔과 콜라를 섞은 '담콕'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피하는 분들에게 최적!”

6. 르깔롱(류인수)

“독특한 병 디자인과 ‘클럽 술’이라는 콘셉트로, 젊은 사람들에게 한국 술의 인식을 바꿔주는 술이다.”

7. 경주법주 초특선(박호준)

“일반 제사주로 알고 있는 법주와는 다르다. 일본 준마이급 사케의 품질을 자랑하는 숨어있는 명주.”

8. 오미로제 스파클링(전재구)

“유기농 오미자를 3년 이상 숙성하여 만든 스파클링 와인으로, 섬세한 기포와 기분 좋은 산미를 가지고 있다.”

△매일 마시기 좋은 만만한 한국 술

1. 가평잣막걸리(류인수)

“유통이 잘 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중적인 가격의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잠들면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다. 장운동을 자극해서 아침에도 상쾌하다.”

2. 매실원주(박호준)

“풍미가 좋은 황매를 사용하여 만든 술로 매콤한 야식 메뉴와 참 잘 어울린다. 떡볶이, 낚지볶음과의 마리아주를 추천한다.”

3. 회곡막걸리(전진아)

“신선하고 깔끔하며 담백하면서 목넘김도 부드럽다. 쌀막걸리의 특색을 잘 드러내는 술이다. 안주 없이 마셔도 독하지 않아 하루를 마무리할 때 꿀맛 같은 휴식이 되어 준다.”

4. 오메기술(전재구)

“오메기떡을 이용해 빚는 제주도 전통 약주를 현대적인 취향에 맞춰 개선했다. 알코올 도수가 13%로 낮은 편이라 편하게 마실 수 있다.”

5. 이강주(전진아)

“알코올 도수가 19%, 25%, 38%로 다소 높지만 실제로 마시면 부드럽기 그지 없다. 은은한 계피, 생강향이 일품. 어떤 한식 메뉴와도 잘 어울려 반주로 마시기 좋다.”

6. 장수오미자주(김보성)

“쨍한 핑크빛이 매력적이다. 가격대도 저렴해서 더 사랑스럽다.”

7. 대통대잎술(이지민)

“쌀과 각종 한약재를 넣어 술을 빚고, 술에 대나무 향이 배도록 통으로 자른 대나무에 넣은 술이다. ​특수 공법으로 밀봉 되어 있어 대나무에 구멍을 내어 먹는 재미도 쏠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편하게 마시기 좋다. 외국 손님 선물용으로도 애용한다.”

8. 도솔주조 쌀보리쌀 한잔(손기은)

“얼마 전 맛본 막걸리. 찹쌀의 구수한 맛이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려 매일 마시기 좋을 듯하다.”

이해림 객원기자 herimthefoodwriter@gmail.com

사진 강태훈 포토그래퍼

한국 술 처음이세요? 입문자 추천 술집 4곳

백곰막걸리&양조장

전국의 양조장 수백 곳을 돌며 접하기 힘든 한국 술을 발굴해내고 있다. 200여종의 한국 술을 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48길 39 (02)540-7644

월향 광화문점

막걸리 붐 시기 등장한 숱한 막걸리 전문점 중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곳. 홍대 앞에서 조그맣게 시작했다가 이제는 광화문 여의도 한남동에 직영 매장을 두고 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21길 (02)723-9202

이파리

‘돌직구 한식’을 표방하는 한식주점. 전국방방곡곡에서 향토색 짙은 제철 재료를 올려 매주 새로운 메뉴로 갈음하는 등 정성이 대단한 집이다. 한국 술 50여 종을 두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4 다송빌딩 2층 010-5188-7766

한국술집 안씨막걸리

일명 ‘장진우 거리’로 불리는 경리단길의 보석길 끄트머리에 있는 한국 술 전문점. 푸짐하고 걸진 익숙한 차림새 대신 다이닝 스타일로 날렵하게 선보인다.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61, 010-9965-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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