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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타는 태양, LC500h So Good?

입력
2017.05.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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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LC500h 앞에 선 홍보대사 태양. “우리 잘 어울려요?”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다. 토요타코리아 제공
렉서스 LC500h 앞에 선 홍보대사 태양. “우리 잘 어울려요?”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다. 토요타코리아 제공

#1 스타마케팅

태양? 하늘에 빛나는 그 원천? 태초에 인간을 만드신 하느님이 꼽은 ‘선’데이의 그 태양? 영어로 ‘썬’ 해봐야 자랑스러운 선(Sun)동렬 감독이 유추되는 ‘아재’인 내게 가수 태양이 눈에 들어온 건 지난 서울모터쇼 렉서스 부스에서였다. 브랜드의 최고경영자나 전문 모델이 맡는 신차 모델로 나선 그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취한 포즈가 유독 빛났다. 렉서스의 브랜드 엠버서더, 다시 말해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한 홍보모델로 나섰다는 소식과 함께 그는 날렵한 스포츠 쿠페에 발을 턱 걸치고는 근사한 포즈를 취해주었다. “아, 저래서 연예인들은 끼가 다르군”이라는 사진기자들의 웅성거림을 들으면서 그렇게 ‘찰칵’ 셔터음을 즐기는 듯했다. 이런 게 바로 스타 마케팅 아닌가!

매력적인 스타가 주는 울림은 의외로 커서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홍보대사라는 마케팅 기술은 잘 쓰면 세상 비할 데 없는 천군만마지만, 잘못 걸리면 낭패다. 스타의 이미지를 제품에 덧씌우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유관성이 없는 위험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들여 이미지 만들어 놨더니 음주운전으로 이미지를 실추시키질 않나, 1호차 고객으로 소개됐더니 매일 그 차만 타는 척하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중고차 시장에 떡 하니 팔아버리는 사례도 있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렉서스 코리아가 고급 하이브리드 스포츠 쿠페인 뉴 LC500h의 홍보대사로 가수 태양을 고른 건 ‘빅뱅’의 폭발력을 부를까, 혹은 아쉬운 불발로 끝날까? 결과가 어떻든 5월 15일 공개된 음원 ‘So Good’의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관전하는 재미는 쏠쏠한 편이다.

일단 시작은 긍정적이다. 태양이 직접 가사를 짓고 곡을 붙인 ‘So Good’은 LC500h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졌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태양은 “이 차를 처음 만날 때의 설렘의 감정을 이입해 표현한 곡이며 차의 관능적인 디자인과 역동적인 성능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분명 마케터가 고심한 문장이겠지만 태양이 직접 강렬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차에 푹 빠져드는 듯 표현하는 그 몸짓은 무척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면 문제될 건 없어 보인다. 렉서스의 디자인 테마를 인간이 구현해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의 경영 아래 렉서스는 한층 과감한 디자인과 모터스포츠에의 열망을 대변해왔고 자연스레 그 가치는 상품성에 배어들었다. 이제 렉서스는 의사로 대변되는 기존 타깃 고객층이 한층 옅어진 상태다. 그래서 판매량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최상급 하이브리드 쿠페의 모델로 태양을 기용한 것 아닐까? 렉서스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아티스트로서의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고 있는 태양과 렉서스 디자인의 아이텐티티의 정점인 LC와의 이미지가 잘 부합돼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했으며, 이를 통해 앞으로 '놀라운 경험(Experience Amazing)'을 선사하는 브랜드로의 변화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그래서 그게 어떻다고? 모르긴 몰라도 빅뱅의 팬들은 태양의 자동차를 반길 거다. 그렇다고 그들이 최고급 하이브리드 쿠페의 판매에 일조할 세력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일본의 렉서스 본사는 한류 스타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노출될 렉서스 쿠페의 감각적인 이미지에 즐거워할 수도 있겠다. 말쑥하고 온건한 우등생 이미지를 지닌 베스트셀러 ES300h는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스포츠 쿠페만큼은 저돌적으로 포지셔닝 하면서 일거양득을 노리는 전략! 다시 뮤직비디오를 클릭해 댓글을 보니 다들 비슷한 마음인가보다. “어차피 사지도 못할 차, 눈이라도 즐거워야지.”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2 고객 체험 마케팅

자동차 회사는 스타가 타는 차라는 이미지 전략보다는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브랜드를 쉽게 알리기 위한 경험 이벤트를 중시하기도 한다. 사실 마케팅의 범위는 매우 복잡해 사전적으로는 생산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유통시키는 모든 체계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되어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팔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는 것을 포함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까지 다양하다. 여러 매체를 통한 광고와 이벤트, 행사까지 방법도 여러 가지다.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주변에서 팔리고 있는 혹은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에 마케팅이 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마케팅의 꽃으로 불린다.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물건 중에서 가장 값이 비싸고 다양한 용도에 따라 모델들이 달라져 할 수 있는 마케팅 방법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판촉 활동’이라는 면에서, 판매 모델이 다양하기에 그 대상 고객과 상황 등에 따라 여러 방법을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중에서도 고객이 직접 브랜드와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행사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고객 경험 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는 사실 꽤 오래된 개념이다. 2003년 미국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마케팅 교수인 번트 슈미트 교수가 자신의 저서인 <CRM을 넘어서 CEM으로 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단순한 데이터 베이스에 가까운 고객 관계(Customer Relation)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며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고객이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것들을 관리하는 것이다. 당연히 긍정적인 경험, 그러니까 쉽고 편하다거나, 브랜드에 어울리는 대접을 받거나 내는 돈만큼의 가치를 얻었다고 충분히 만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얻어진 것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고 구전 효과를 포함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들은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새 차의 판매를 예로 들면, 고객이 전시장 앞에 차를 세우는 것부터 차를 출고할 때까지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을 정해 놓고 운영한다. 이 전 과정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고객 기대치에 맞추도록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로 만들어진다. 결국 그 브랜드 전시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어떤 영업사원을 만나더라도 고객의 경험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는 말이다.

특히나 이런 자동차 마케팅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시승 행사다. 전시장에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별도의 장소에서 열리는 경우도 많다. 구입할 차를 직접 경험하는 것은 기본이고 위에 설명한 프로세스 안에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심지어 시승 후 돌아가는 길에는 방금 탔던 차와 바로 비교하게 되어 차를 쉽게 바꾸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글 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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