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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낮추고 경청’ 매뉴얼… 선 넘으면 사법처리 단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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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 낮추고 경청’ 매뉴얼… 선 넘으면 사법처리 단호 대응

입력
2017.03.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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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기대감 낮추는 법부터

조사ㆍ경고장 등 세세히 규정

관건은 사회적 신뢰 확보

복지 여건 등 고려해야

무성의한 기관의 대응이나 복잡한 민원 절차는 때로 '뿔난 민원인'을 만든다. 하지만 때로는 사소한 명분으로 뿔이 날 만반의 준비가 된 민원인도 없지 않다. 경청과 단호한 대응이 둘 다 필요한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성의한 기관의 대응이나 복잡한 민원 절차는 때로 '뿔난 민원인'을 만든다. 하지만 때로는 사소한 명분으로 뿔이 날 만반의 준비가 된 민원인도 없지 않다. 경청과 단호한 대응이 둘 다 필요한 이유다. 게티이미지뱅크

‘민원 전쟁’을 앓는 것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들은 늘어나는 특이민원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선진국들은 초기 민원단계에서 성심껏 경청하되 선을 넘으면 단호히 대응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응대 매뉴얼을 도입하고 있다.

옴부즈맨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영국의 경우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도 구체적 근거 제시를 거부하거나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절차를 위반해서라도 먼저 처리해 달라고 우기거나 ▦욕설, 폭언을 하거나 ▦비이성적으로 같은 민원을 반복하는 경우 등을 고질민원으로 본다. 호주, 일본 등도 대동소이한 기준을 적용 중이다.

이 같은 진단을 토대로 호주 정부가 마련한 고질민원예방매뉴얼은 ▦담당 직원이 민원인이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도록 기대감을 관리하고 ▦절대 언성을 높이거나, 비꼬아 말하지 않으며 ▦발생한 실수나 지연, 오해에 관해서는 성의껏 사과하도록 권한다. 또 호주, 영국 정부 등은 문제 행동을 일으킨 경우 조사, 경고장 발부, 합의서 작성, 추후 조치에 대한 서면고지 등을 거쳐 최후의 수단으로 사법처분까지 하도록 매뉴얼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약 5,000명 규모의 행정상담위원이 지역주민의 고충을 듣고, 행정기관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일종의 완충지대다. 상담위원은 주로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들로 위촉된다. 지방자치단체는 부당행위요구, 행정대상폭력에 대한 대응 매뉴얼을 배포한다. 이를테면 즉각 경찰에 통보한다, 발언은 모두 기록한다,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기대감을 올리는 답은 하지 않는다, 퇴거를 명령한다 등이다.

국내의 대응 수준은 2012년 선진국을 본 뜬 매뉴얼이 처음 마련됐고 까다로운 민원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이관해 처리하는 정도다. 2013년 합리적 민원관리 방안을 연구한 김기형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실제 민원업무는 모든 정부, 지자체, 각급 기관에 퍼져 있는데 들여다볼 시간도 없는 매뉴얼만 마련하고 말 게 아니라 담당자들이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휴식을 보장받으며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어야 그 혜택이 민원인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촛불 집회만 보더라도 우리 국민의식이 상당히 성숙한 것을 알 수 있다”며 “공공기관이 평소 성의껏 민원업무에 응하고, 극단적인 특이민원에 대해서만 단호하게 조치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납득시켜 나간다면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조언했다.

근본적으로 사회의 신뢰수준이 향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원경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결국엔 내 삶이 살 만하고 여유가 있어야, 또 기관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믿을 만해야, ‘조금이라도 손해 본다고 느끼면 참을 수 없는’ 강퍅함이나 특이민원이 줄지 않겠냐”며 “매뉴얼, 시스템, 여건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전반적 신뢰 수준이나 복지, 경제적 여건에 대한 숙고가 동반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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