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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등록 : 2017.07.18 04:40
수정 : 2017.07.18 11:15

어린이집, 소방서, 연구소… 요즘은 이게 다 님비 시설

등록 : 2017.07.18 04:40
수정 : 2017.07.18 11:15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무차별 확산되는 님비

공익, 상생 위한 시설도 주민 반대에 난항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용산구는 상반기 내내 국공립 어린이집 설립을 두고 주민들과 심한 갈등을 빚었다. 한남동 응봉근린공원 일부에 어린이집을 짓기로 하고 3월에 착공할 계획이었는데, 일부 주민이 “교통도 복잡해지고 소음도 심해진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수개월 진통 끝에 용산구청은 ‘인근 지역 아동 우선입학’ 등의 조건을 내걸고서야 지난달 초 간신히 착공에 들어갔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17일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 대기 신청을 할 정도로 요즘 국공립 입소는 하늘의 별 따기”라며 “그런 국공립 어린이집까지 주민들이 설립을 반발하는 건 님비 현상이 극에 달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위험시설이나 혐오시설을 들일 수 없다는 ‘님비(NIMBY) 현상’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님비 대상이 된 시설물들이 쓰레기소각장, 화장장, 정신병원 등 사회 공익 차원의 것들이었다면, 최근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어린이집, 소방서, 연구소 등까지도 ‘님비 시설’이 되고 있다. 자신들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단 반발부터 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 금천구가 구로구에서 분리된 1995년 이후 자치구 내에 소방서 하나 없이 22년간을 버텨야 했던 것도 님비 영향이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금천구는 작년 1월 독산2동에 소방서를 짓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독산2동 주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사이렌 소음, 횡단보도 이전 등의 불편이 이유였다. 금천구에서 화재가 나면 구로소방서에서 출동해야 하는데 구로구와 금천구 주민을 합치면 무려 70만명에 달하는 현실은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수차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가까스로 금천소방서 설립이 결정된 건 지난 달 21일.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정부가 ‘탈(脫) 원전’을 선언하면서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정작 대체에너지를 만들어 낼 풍력발전소 설립 역시 갈등이 만만찮다. 경북 영양, 전남 여수, 강원 영월, 전북 장수 등 전국 곳곳에서 신규 설립을 두고 주민들과 팽팽한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풍력발전소가 친환경이 아니라 유해 전자파로 인해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팽배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위한 연구소도 님비에 발목이 잡힌다. 한국콜마홀딩스가 내년 완공 목표로 서울시 서초구 내곡지구에 건립 예정인 통합기술원은 일부 지역 주민의 반대로 공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관할 서초구청의 정식 건설허가를 받고 착공 예정이었지만 일부 주민이 유해물질 배출 우려 등을 이유로 민원을 내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근거 없는 자극적인 주장으로 기업의 연구개발 시설이 들어서지 못하게 하는 건 곤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님비 갈등을 조율하려면 대화를 통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형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혐오시설로 인한 님비현상은 피해를 입는 측과 타협점을 찾기 어렵지만, 공익 차원의 시설인 경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만큼 대화 채널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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