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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 전패? 남북 단일팀을 재해석시킨 랜디 희수 그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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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 전패? 남북 단일팀을 재해석시킨 랜디 희수 그리핀

입력
2018.02.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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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랜디 희수 그리핀/사진=연합뉴스

18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 하키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순위 결정전에서 코리아(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가 스위스에 0-2로 패했다.

조별리그 3전 전패(스위스 0-8, 스웨덴 0-8, 일본 1-4)에 이은 4연패다. 새러 머리(30ㆍ캐나다) 감독이 경기 후 “남은 경기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지난 14일 일본전에 이어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단일팀은 오는 20일 벌어지는 7~8위 순위 결정전만 남겨뒀다.

경기력과 벌개로 열기는 그 전만 못했다. 대회 내내 엄청난 취재진을 몰고 다닌 단일팀의 조별리그 최종전이었던 일본전에는 이번 올림픽 들어 가장 많은 내ㆍ외신 기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이날 순위결정전에는 줄곧 자리를 지키며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고 ‘고향의 봄’을 열창하던 북한 응원단조차 같은 시간 열린 알파인스키의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러 갔다.

역대 올림픽 첫 단일팀의 도전을 성적만으로 평가하면 낙제점에 가깝다. 남북이 하나 된 단일팀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최선을 다했으나 정신력만으로는 세계 정상권과 실력 차를 좁히기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성적을 떠나 단일팀이 남긴 평화의 메시지는 올림픽 정신이라는 측면에서 금메달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역사적인 첫 골이 터진 지난 일본전에서는 남북 단일팀을 재해석시킨 랜디 희수 그리핀(30)이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이었다가 단일팀에 합류하기 위해 귀화한 그리핀은 북미 간 군사적 긴장관계가 팽팽한 가운데 남북 단일팀이 미국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평화의 상징이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리핀은 “나는 3개국 대표가 아닌 하나의 팀(단일팀) 일원으로 골을 넣었을 뿐”이라고 애써 정치적인 해석을 피하면서도 “북한 선수들도 젊은 여성이고 하키 선수다. 음식이나 남자 친구 등 평소 얘기하는 관심사는 똑같다”며 모두가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희수라는 중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리핀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1980년대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민 간 외할아버지는 한국에서 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등번호 37번은 외할머니가 태어난 해인 1937년을 뜻한다고 한다. 대표팀 합류를 위해 지난해 3월 특별 귀화한 선수다.

현장에서 본 그리핀의 모습은 짧은 커트머리에다 흰색에 가까운 옅은 베이지색 계열로 물들인 머리색이 강한 카리스마를 풍긴다. 걸크러쉬(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 또는 그런 현상)를 떠올리게 하는 겉모습과 달리 그는 하버드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듀크대 생물학과 석ㆍ박사 통합 과정을 밟고 있는 수재다.

그런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공부보다 아이스하키가 더 중요하다며 휴학계를 내고 대표팀에 들어왔다. 또 다른 단일팀의 공격수 박은정(29ㆍ캐나다계 캐롤라인 박)이 그리핀의 존재를 알고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추전하면서 꿈이 이뤄졌다.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었기에 동갑인 머리 감독과도 융화했다.

그리핀은 “나를 응원해준 가족이 한국에 와 있다”면서 “부모님은 내가 하키를 할 수 있게 계속 뒷바라지해준 고마운 분들이다. 5살 때부터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 할아버지도 함께 오셨는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키를 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선수 생활이 끝나면 코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개성 강한 단일팀을 한 데 묶은 머리 감독은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며 단일팀의 역사적인 도전에 의미를 부여했다. 7~8위 순위 결정전에서 일본과 리턴 매치를 벌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일본을 꺾고 누가 아시아 정상인지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투지를 다졌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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