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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출자 검토로 복잡해진 도시바 인수전…최태원 회장 “본입찰 땐 달라질 것” 강력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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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출자 검토로 복잡해진 도시바 인수전…최태원 회장 “본입찰 땐 달라질 것” 강력 의지

입력
2017.04.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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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가격이 30조원까지 치솟은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도시바메모리) 인수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룹의 핵심 먹거리가 된 반도체 사업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 플래시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13일 서울 동대문구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서울캠퍼스에서 특강을 마친 뒤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메모리) 입찰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아니라서 금액이 큰 의미가 없다”며 “본입찰이 시작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최근 도시바메모리 인수 후보군으로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4곳을 거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폭스콘이 무려 3조엔(약 31조원)을 입찰 금액으로 써냈고, SK하이닉스의 베팅 액수는 이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국 애플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에 수천억엔 규모의 출자를 검토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인수전엔 커다란 변수가 생겼다. 애플이 도시바 반도체에 자본을 참여하는 방식으로 일본 기업과 함께 주식의 과반을 확보하면 일본 정부가 우려했던 기술 유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제휴사인 웨스턴디지털이 “반도체 사업 매각은 계약 위반 소지가 있으며, 매각 전에 우리와 독점적으로 교섭해야 한다”고 독점 교섭권을 요구, 도시바의 매각 절차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인수전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렇게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최 회장이 본입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은 일단 예비 입찰에서 협상 대상자 자격을 따낸 뒤 향후 인수가격을 상향 조정해 막판 뒤집기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26.3%의 점유율로 삼성전자(46.3%)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이는 낸드 플래시 시장(지난해 4분기 기준)에서는 삼성전자(36.1%), 도시바(17.4%), 웨스턴디지털(15.7%), 마이크론(12.3%)에 이어 5위(10.3%)로 처져 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2위로 뛰어올라 낸드 플래시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 도시바는 세계 최초로 낸드 플래시를 상용화한 기업으로 SK가 품에 안을 경우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점유율 확대 이상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도시바는 예비입찰을 통과한 업체를 상대로 실사 기회를 준 다음 본입찰을 거쳐 6월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기술 유출 문제 때문에 미국 기업을 선호한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지만, SK 입장에선 예비입찰을 통과해 실사에 참여하기만 해도 ‘남는 장사’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SK가 도시바의 제조ㆍ공정 기술 수준과 재무 상태 등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소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는 “향후 도시바메모리 입찰 과정에서 어떤 실익이 있을지 꼼꼼히 따져봐야겠지만 최태원 회장이 인수에 큰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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