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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람 잡는 근로기준법 59조

입력
2017.07.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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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인 데다 근무시간은 길다고 하는 것이 근로자를 못살게 하는 원인이 된다. 실업자가 많은 조건에서는 근로시간이 연장되더라도 불평을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근무시간 연장은 잘못하면 근로자를 혹사할 염려가 있다. 이 예외제도의 운영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1961년 12월 6일자 경향신문 사설의 한 토막이다. 법정 근로시간 초과를 인정한 근로기준법 59조 신설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내용이다. 56년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오늘자 사설이라 해도 믿길 만큼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 최근 살인적 노동시간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르면서 근로기준법 59조가 도마에 올랐다. 경부고속도로 버스 참사를 통해 시외버스 운전자의 하루 평균 운행시간이 17시간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자살한 안양우체국 집배원 등 올해만도 12명이 숨진 집배원들도 일상적인 초과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충청지역 우체국을 조사했더니 월평균 57시간의 초과근로가 이뤄졌고 100시간을 넘긴 경우도 있었다.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이한빛 PD의 자살도 하루 20시간이 넘는 노동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올해 초 한 달 간격으로 세 명이 자살한 사회복지사들도 장시간 노동의 희생자들이다.

▦ 이들 직종의 공통점은 근로기준법 59조에 적시된 ‘근로시간 특례업종’ 해당자다. 운수업, 통신업(우편), 영화제작,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26개 업종은 노사가 합의를 할 경우 법정 근로시간을 무한정 초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 근로시간 준수가 어려운 업종에 예외를 인정해 준 이 조항은 근로자들의 과로사는 물론, 시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그대로 유지돼 왔다. 오히려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특례업종 종사자는 400만명으로 늘어났다.

▦ 문재인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특례업종 축소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운수업이나 통신업, 영화제작, 사회복지 등은 제외돼 있다. 근로자 추가 고용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업체들의 반발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1장 1조에는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근로권을 명시한 헌법 가치에 충실하려면 59조를 폐지하는 게 옳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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