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메아리] 대한민국 검사라서 자랑스러운가

입력
2016.07.27 20:00
0 0

파렴치하고 뻔뻔한 전ㆍ현직 검사들

수사권ㆍ기소권 독점이 부른 권력화

공수처 설치 반대 아무런 명분 없어

검사는 직업 성격상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검사들이 맨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준 적이 있으니 바로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나눈 공개 대화다. 갓 취임한 노 대통령은 자신의 검찰 개혁 구상에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자 공개적으로 만나 이야기하자고 제안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무시무시하고 다른 사람 의견에 귀를 닫는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일이다.

대통령과 검사들의 토론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제껏 기억하는 것은 검사들의 주장이 아니라 태도다. 그들은 지엽적이거나 불분명한 의혹을 사실인양 떠들고 훈계조의 사설을 늘어놓았다. 대학 못나온 노 대통령에게 “83 학번이냐?”고 질문하고 검찰이 이 정도라도 된 것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외압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가 아니라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오만한 검사였다. 그 뒤 교만하고 건방지며 무례한 태도를 꼬집는 ‘검사스럽다’는 형용사가 유행하고 급기야 그 단어가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 오른 것은 검사들에 대한 실망감의 반영이었다.

그날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려다 도리어 국민의 조롱을 받은 검사들이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 검사, 스폰서 검사, 음란행위 검사 등 추한 검사가 숱했지만 부패, 비리, 무능, 폭력 등에 얽혀 전ㆍ현직 검사들이 이렇게 줄줄이 등장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진경준 검사장은 넥슨에서 받은 돈으로 비공개 주식을 매입해 120억원대의 차익을 남겼으며 내사를 종결하는 대가로 처남 회사의 일감을 따냈다. 노 전 대통령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홍만표 변호사는 개업 1년 만에 100억원대의 수임료를 챙기고 오피스텔 123채를 거머쥐었다. 역시 노 전 대통령 수사에 참여했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처가 건물의 매각과 의경 아들의 ‘꽃 보직’ 전출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장래가 유망한 30대 김홍영 검사를 폭언과 폭행으로 죽음으로 내몬 부장검사나 무고한 시민을 범인으로 몰아 옥살이시킨 ‘삼례 나라슈퍼 3인조 사건’ 담당 검사도 진경준, 홍만표, 우병우에 뒤지지 않는다.

이렇게 뻔뻔하고 파렴치한 검사가 한 둘이 아닌 데다 그들이 검찰 집단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었던 것은 결국 그런 문화가 검찰을 지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한 엄상익 변호사의 글에서 단서 하나가 보인다. “사법연수원 다니던 시절이었다. 검찰실무를 담당한 교수는 만약 검사가 되면 누가 아는 체해도 목을 꼿꼿이 세우고 인사를 받지 말라고 했다…부장검사는 우리에게 30년 나이를 더 먹은 사람까지는 맞먹어도 된다고 가르쳤다.”

물론 이런 권위주의와 특권의식이 검찰의 전부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터이다. 불의에 맞서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가 많고, 권력이 싫어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수사를 하다가 불이익과 따돌림을 당한 검사도 있다. 그러나 지금 검찰은 그들의 헌신과 노력을 짓밟고 나아가 조직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검찰이 살아나는 방법은 대대적 개혁뿐이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 독점이라는 막강한 무기로 수십 년 동안 권력과 대자본을 추종하며 단맛을 보았고 마침내 스스로가 권력이 돼버린 검찰이 변화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최근 다시 논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력형 비리와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을 목표로 하는 공수처는 검찰과 별개로 설치되는 기구인데,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독점 권한이 분산되는 것을 검찰이 좋아할 리 없다.

검찰은 옥상옥이 될 것이라며 벌써부터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옥상옥을 입에 올리기 전에 13년 전 대통령을 날 서게 질타했던 검사들이 그 비판의 칼날을 자신에게 들이댄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의 검사라는 사실이 떳떳하고 자랑스러운지 궁금하다.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없다면 공수처든, 검찰 개혁이든 그 어떤 것도 반대할 자격이 없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